목록새해 (2)
빛으로 그린 세상
돌돌 말려 있던 금계국 꽃봉오리가 찻잔 속에서 활짝 피어난다. 따뜻한 차 한 모금에 추위에 웅크렸던 몸이 살살 녹는 느낌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하늘로 날아갈 듯 고개를 쳐든 작고 앙증맞은 솟대들이 작업실에 가득하다. 추위를 피해 전국의 새들이 여기에 다 모인 것만 같다. 웃음을 솟대에 실어 보내는 웃음치료사 송상소(60) 씨의 작업실이다. 방금 제작한 솟대를 보여주는 송 씨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가녀린 나뭇가지에 앉은 새 모양에 화사한 꽃무늬가 새겨져 있다. 5년 전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솟대에 마음이 끌려서 하나둘 만들어 보기 시작했었다. 그렇게 만든 솟대를 이웃에게 선물했더니 하나같이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그때부터 솟대를 받는 이에게 항상 웃는 일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
텅 빈 해변에 구름만 가득하다. 드넓은 모래사장 너머로 바다와 맞닿은 하늘에 구름이 물결친다. 할매바위 앞 외로운 등대는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고 있다. 겨울 바다에 서니 만감이 교차한다. 모든 모임은 취소됐고 어느 때보다 분주했을 송년의 거리는 적막하기만 하다. ‘감염’이라는 공포가 찬바람과 함께 휘몰아치면서 사람들은 더욱 움츠러들고 마스크 속으로 깊숙이 숨어들었다. 문득 바다가 보고 싶어 내 기억 속에 일몰이 가장 아름다웠던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을 찾았다. “날씨도 코로나랑 같이 가는 것 같아요.” 코로나가 극성이니 하늘마저 우울해하는 것 같다며 문화관광해설사 홍경자(67) 씨가 인사를 건넨다. 관광객이 많이 와 가장 바쁘고 보람찰 때지만 올해는 그런 희망을 버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됐을 때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