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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은퇴 후 꿈꾸는 삶은 좀 더 자유롭고, 창조적으로... 고향집을 찾아 일을 벌일 때 이 느낌에 한발 다가서는 것 같습니다. 주말에 고향집으로 달려가 아담한 서재를 위해 작은 사랑방 공사를 계속 했습니다. 이틀 동안 황토몰탈과 핸디코트로 미장을 하고 전통 문과 통창 작업을 했습니다. 바쁜 시간을 내서 순창에서 농촌필사기 교육을 함께 받은 형님 한분이 도와주러 오셨고 친구이자 대부인 대학동창도 함께 땀을 흘렸습니다. 이틀간의 작업을 마친 후의 제 얼굴을 자세히 보았습니다. 고된 노동으로 몸은 지쳤지만 눈이 맑아졌고 그 어느 때보다도 충만한 표정입니다. 상량문을 대신해 미장을 마친 황토벽에 난을 처 오늘의 이 기쁨을 기념했습니다. ^^
EBS ‘건축탐구 집’이란 프로를 즐겨봅니다. 하동에서 유럽식 스타일로 집을 꾸미고 사는 분이 출연하셨는데 바로 필이 꽂혀 휴가를 내고 시골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땅을 다지고 현무암 판석 한파렛트를 사서 증조모께서 쓰시던 맷돌을 응용하여 흙집 옆에 ‘돌꽃’을 만들어 봤습니다. 처음에는 엉뚱한 짓 한다고 하시던 마을 분들도 꽃처럼 피어난 돌 작품을 보더니 ‘멋지다’고 하십니다. 삼복더위에 땀 서 말 흘린 보람이 있습니다. ^^ 22.6.22
“그냥 헐고 새로 짓지” 100년 가까이 된 고향집 사랑채를 그것도 10년 이상 방치된 사랑방을 직접 복원한다고 했을 때 마을 분들이 보인 한결같은 반응이다. “요즘 귀뚜라미(보일러) 좋은데 뭐 하러 고생해~” 구들장을 걷어내고 하루 종일 벽돌과 씨름하는 모습이 딱해 보였는지 지나가던 이웃집 할머니가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귀가에 생생하다. “그냥 좋아서요.”라며 웃음으로 화답했지만 구들을 드러내고 무너진 고래둑을 쌓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렇게 이른 봄부터 시작된 고향집 사랑채 복원작업이 찬바람이 불어서야 어느 정도 마무리 될 수 있었다. 주말을 이용해 작업하다 보니 일은 더디었고 모든 공정 하나하나가 간단치 않았다. 8개월간의 여정이었다. 코로나19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블루..
구들석탑을 쌓았습니다. 작은사랑방 해체할때 나온 구들장과 조각돌들입니다. 기둥위에 구들장을 올리고 탑을 쌓듯이 올려 세계최초(?)의 ' 삼층구들돌탑'이 완성되었습니다. 재미삼아 했는데 검게 그을린 돌하나하나에서 고단한 허리를 지지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시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숨결이 느껴집니다 ^^
사랑채 복원 첫째날 폭풍우가 몰아친 후 맑고 푸른 하늘이 반겨줍니다. 휴가를 내고 오랫동안 미뤄왔던 사랑채 구들 복원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적벽돌과 시멘트몰탈 한 파레트와 황토몰탈을 준비했습니다. 황토방 구들작업 경험을 믿고 시작했는데 막상 큰사랑채 구들장을 들어내니 대략 난감했습니다. 구조가 넘 복잡하고 구들을 지탱한 고래등이 너무도 정교했습니다. 잠시 망설여지만 조상님들이 물려주신 DNA를 믿고 일을 저질렀습니다. 일하는 동안 할아버지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오늘 일을 마치고 고단한 허리를 흙벽에 기대고 멍때리고 있습니다. 내일을 내일의 해가 뜨겠지요. ^^
어린 막내가 길바닥에다 실례를 했네요. 냄새가 심하지 누나랑 형은 코를 막고 눈살을 찌푸리며 야단을 떱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보면서 문득 가는 곳마다 잠겨 있는 도심의 화장실이 떠올랐습니다. 볼일이 급해 하늘이 노래져본 사람은 그때의 심정이 어떤지 잘 알 것입니다. 누가 똥을 훔쳐간다고 그렇게도 야박한지 모르겠습니다.
"새나 벌도 자기 집을 짓는데 왜 사람들은 스스로 집을 못 지을까?" 다소 엉뚱한 생각이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뿐이었다. 오십 줄에 들어서며 권태기가 찾아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요리, 그림등 많은 것을 찾아 헤맸지만 그 갈증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올해가 문화일보 근속 20년. 5일간의 특별휴가가 주어졌다. 오래전부터 히말라야 트래킹을 꿈꿔왔으나 엄청난 지진이 발길을 붙잡았다. 네팔 행을 포기한 후 자료를 찾다가 흙집학교를 알게 됐다. 강한 끌림이 있었다. 어릴 적 흙장난을 좋아했다. 흙집에서 태어나 흙과 함께 놀았다. 흙에는 유년의 추억이 그대로 녹아있다.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스스로 집짓기의 희망을 안고 지난 5월 원주에 있는 흙집학교에 덜컹 등록했다. "인간도 스스로 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