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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미세먼지 끝자락에 찾아든 노을이 반갑다. 마스크를 끼고 뛰어가는 중년에게도 서로만을 바라보던 청춘에게도 붉은 기운이 어깨를 토닥이며 부드럽게 스며든다. 노을과 함께 찾아든 땅거미에 나무도 사람도 자신의 빛을 내려놓는다. 하루 종일 미세먼지처럼 붙어 다니던 근심, 걱정 황홀한 빛에 빨려 들어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춘다. 코로나로 지친 마음, 노을이 전하는 위로에 가족들에게 사진과 함께 격려문자 한 통 건네 본다. “오늘도 수고했어!” ■ 촬영노트 길을 가다 예쁜 노을을 보면 행복하다. 눈길, 발길은 물론 마음마저 붙잡는다. 코로나19 확산과 미세먼지로 공원마저 발길이 뜸한 저녁. 신도시를 품고 있는 호숫가를 산책하다 아름다운 노을을 만났다. 행운이다.
붉은 저녁노을이 호수에 스며든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하루를 보낸 사람들이 다시 마스크를 쓰고 호숫가를 걷고 있다. 멋진 모자를 쓴 노신사가 검은색 가방에서 황금색이 번쩍이는 악기를 꺼내 조립하더니 석양을 배경으로 연주를 시작한다. 굵직한 중저음의 색소폰 소리가 잔잔한 물결 위로 퍼져 나가며 무심하게 걷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이 악기가 저한테 살아갈 힘을 줘요.” 연주가 끝나고 이근성(63) 씨가 악기를 소중하게 감싸 안는다. 중학교 때 아버지의 카세트에서 나오는 색소폰 소리를 처음 듣고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언젠가는 저 악기를 연주하고 싶다는 열망을 키웠지만 먹고살기 바쁘다 보니 잊고 지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건축업을 하던 그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시름을 잊기 위해 찾은 ..
구름이 낮게 내려앉았다. 먹구름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맑고 시리다. 예년보다 길게 이어진 장마로 몸과 마음이 눅눅해지던 사람들이 공원으로 나왔다. 부드러운 햇살을 즐기며 느리게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표정은 안 보여도 눈가에 피어나는 미소는 마스크로도 가려지지 않는다. 아내와 호수공원 산책길에 나섰다. 잔잔한 물결이 일면서 호수에 드리워진 구름도 두둥실 떠다닌다. 물과 사랑에 빠진 애수교(愛水橋)에 서니 어른 팔뚝만 한 잉어들이 물 밖으로 입을 내밀며 반갑게 인사한다. 호수교 아래 바람이 상쾌하다.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평상에 자리를 잡았다. ‘바람 어디서 불어오는지’란 노래를 흥얼거리며 다리 밑을 지나니 서쪽으로 기우는 해가 오렌지색을 품고 구름 사이로 황홀한 기운을 내뿜고 있다. “하늘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