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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수국, 수련, 원추리… 서울역 고가공원에 여름 꽃들이 활짝 피었다. 하늘에는 비를 잔뜩 머금은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다니고 땅에는 장난감 같은 차량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고가공원에서 제일 높은 수국전망대에 오르자 소담스러운 수국들이 활짝 웃으며 반긴다. 토양성분으로 색이 변하는 수국들이 발밑을 오가는 버스들처럼 붉고 파랗게 물들어 가고 있다. 후두두둑 빗방울이 떨어지자 고가공원 여름 꽃들이 기지개를 활짝 켜고 생기를 되찾는다. 도로에서 공원으로 변신하여 다섯 번째 여름을 맞이하는 서울역 고가공원에 여름이 익어가고 있다. ■촬영노트 ‘서울로 7017’은 서울역을 중심으로 동서부를 이어주는 고가도로였으나 안전등급d를 받고 철거 위기에 놓였다. 여러 논의 끝에 철거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다니는 공중공..
봄은 고양이를 닮았다. 조용하고 부드럽고 날카롭게 시나브로 다가온다. 코로나 확진으로 집콕 생활 일주일째, 무감각해진 시간 속에 허우적거리는 틈으로 따사한 햇살 한 줌이 거실에 스며든다. 나른한 눈으로 졸고 있던 고양이. 어느새 자기보다 커진 그림자를 보고 화들짝 놀라 귀를 쫑긋 세우고 노려본다. 입춘은 지났지만 발코니 밖은 아직 꽁꽁 얼어 있다. 모든 것이 숨죽이고 있는 듯하지만, 고양이처럼 봄은 조용하고 부드럽고 날카롭게 우리 곁에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다.
아이들이 계단 위까지 뜀박질을 합니다. 먼저 올라간 아이는 신이나 만세를 부르고 뒤따라온 아이는 부지런히 계단을 오릅니다. 그러건 말든 다른 아이는 줄넘기로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합니다. 어른들은 돌계단에 앉아 쉬고 있는데 아이들은 이제야 제 세상을 만난 듯 신이 났습니다. 푹푹 찌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코로나의 기세는 겪일 줄 모릅니다. 숨막히는 일상이 계속되지만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다니는 뭉게구름과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 모습이 지친 마음을 위로해 전해줍니다. ------------------- 배경과 대비되는 실루엣(그림자를 뜻하는 프랑스 용어)사진은 잘 사용하면 시선을 끄는 힘이 있습니다. 빛의 반대편은 다 까맣게 표현되기 때문에 사람의 경우 배경 속에서 더 도드라져 작게 보이는 피사체라도 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