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친구 (5)
빛으로 그린 세상
마스크를 잠시 벗고 긴 숨을 들이쉰다. 공기가 제법 선선하다. 구절초 틈에서 철 지난 망초 꽃들이 강인한 생명력을 과시하며 파란 가을 하늘을 우러른다. 재활치료를 통해 유기견에게 새 삶을 불어넣어 주는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를 찾았다. 청명한 하늘 아래 파란 조끼를 입은 훈련사와 호리호리한 개 한 마리가 훈련을 하고 있다. 김지연(26) 훈련사와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산토’다. 지난 5월에 안산보호소에서 이곳으로 온 산토는 발견 당시 오른쪽 골반뼈가 부러져 있었다. 바로 수술했으면 치료할 수 있었지만 유기된 상태로 오랫동안 방치돼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지금도 한쪽 다리가 불편해 강아지용 짐볼 등을 이용해 훈련을 받고 있다. 이곳에 온 유기견들은 한두 달 훈련을 거쳐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고 분양돼..
“냐아~옹 야옹.” 사뿐사뿐 돌다리 난간을 걷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까만색 망토를 두르고 흰 구두를 신은 듯한 매혹적인 자태에 행인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스마트폰에 담기 바쁘다. 그 모습을 한 남자가 자전거에 걸터앉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우리 삼봉이가 산책을 좋아해요.” 청계천으로 반려묘와 산책을 나온 윤미식(43) 씨가 ‘삼봉아!’ 하고 부르자 고양이가 특유의 민첩함으로 윤 씨의 어깨 위로 사뿐 올라선다. 원래 한 몸인 것처럼 그 모습이 자연스럽다. 4년 전 버려진 냥이를 친구가 데려다 키워 새끼를 낳고 그중 한 마리가 윤 씨 곁에 오게 됐다. “이 아이를 만나기 전에 방황을 많이 했어요.” 크로스핏 트레이너인 윤 씨는 텅 빈 집에 오면 늘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하루 ..
수천, 수만 그루의 노란 해가 파도처럼 일렁인다. 7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황금빛 바다가 펼쳐졌다. 경쟁적으로 키재기 하는 어른 해바라기들 틈새로 어린 해바라기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잎들이 어깨동무하며 같은 곳을 바라보는 해바라기들의 모습이 무질서한 것 같으면서도 조화롭다. 수많은 해바라기 틈 사이로 웃음꽃이 피었다. 동갑내기 함혜민(26) 씨와 김은영 씨가 밝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우리도 이 해바라기들처럼 진짜 웃고 싶어요.” 농담처럼 말하는 은영 씨의 말에 뼈가 있다. 대학교 과동기인 두 사람은 지난해 2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이른바 취업준비생들이다. 그동안 네 차례 면접을 봤으나 코로나 감염병이 시작되면서 취업공고도 줄고 면접 볼 기회조차 좀처럼 오지 않는다며 사진을 ..
학교 간 언니를 기다리며 혼자 놀던 아이가 시멘트 틈 사이로 돋아난 친구들을 발견했습니다. “너네도 심심하니?” 2007/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