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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미세먼지 끝자락에 찾아든 노을이 반갑다. 마스크를 끼고 뛰어가는 중년에게도 서로만을 바라보던 청춘에게도 붉은 기운이 어깨를 토닥이며 부드럽게 스며든다. 노을과 함께 찾아든 땅거미에 나무도 사람도 자신의 빛을 내려놓는다. 하루 종일 미세먼지처럼 붙어 다니던 근심, 걱정 황홀한 빛에 빨려 들어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춘다. 코로나로 지친 마음, 노을이 전하는 위로에 가족들에게 사진과 함께 격려문자 한 통 건네 본다. “오늘도 수고했어!” ■ 촬영노트 길을 가다 예쁜 노을을 보면 행복하다. 눈길, 발길은 물론 마음마저 붙잡는다. 코로나19 확산과 미세먼지로 공원마저 발길이 뜸한 저녁. 신도시를 품고 있는 호숫가를 산책하다 아름다운 노을을 만났다. 행운이다.
‘칙칙폭폭’. 금방이라도 기차가 경적을 울리며 달려올 것 같다. 숨 막히는 일상을 뒤로하고 산책 나온 사람들이 저마다의 걸음걸이로 철길을 걷고 있다.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레일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가슴이 설렌다. 서울의 서쪽 끝자락 구로구 항동 기찻길이다. 산업화가 한창인 1959년에 준공돼 50년 넘게 산업화를 위해 그 소임을 다하고 지금은 시민들의 산책로가 됐다. “데이트 장소로 야외공원을 많이 찾아요.” 김현빈(38) 씨와 새리(29) 씨가 시원하게 뻗은 레일 위를 손을 잡고 걷고 있다. 어학원에서 교사와 수강생으로 만나 3개월째 소위 ‘썸’을 타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실내보다는 야외에서 만나 데이트를 하다 보니 더욱 가까워지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