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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양파 망사로 떠받친 호박
달덩이 같은 호박이 해먹에 걸터앉아 느긋하게 가을 햇살을 즐기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양파 망사로 만들어 주신 것입니다. 딴 애들은 땅바닥에 뒹구는데 “저 호박은 좋겠다!” 하자 어머니 하시는 말씀. “큰 덩치에, 매달려 있으려면 얼마나 힘들겠냐! 그것들도 한 식군데…….” 구수한 호박잎과 애호박도 잘 먹었는데 찬바람이 나니 따끈한 호박죽 생각이 납니다. 그러고 보니 호박은 버릴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것 다 내어주면서 늙어가는 어머니를 닮았습니다.
빛으로 그린 세상/행복편지
2020. 9. 28. 08:47
"아빠다!"...퇴근길 꾸러미의 추억
“아빠다!” 엄마와 놀던 아기 비오리 두 마리가 쏜살같이 아빠에게 달려갑니다. 먹음직한 물고기를 입에 물고 가족에게 달려가는 아빠 비오리의 발놀림이 경쾌합니다. 어린 시절, 퇴근하시는 아버지께 인사를 하면서도 눈길은 아버지 손에 들려있던 꾸러미에 먼저 가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아버지는 늘 기다림과 설렘의 존재였습니다. 아이들이 다 커서 둥지를 떠났지만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퇴근길 제 손에는 봉지 하나 덩그러니 들려있습니다.
빛으로 그린 세상/행복편지
2020. 5. 14. 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