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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동녘하늘이 붉게 물든다 깊은 어둠속에 잠겨 있던 세상이 서서히 깨어난다. 남산타워를 시작으로 도심의 마천루가 본래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모습으로 돌아오며 생기를 얻는다. 동이 트는 장엄한 모습을 보며 빛은 언제나 우리를 비춰주고 지켜보고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은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빛은 늘 우리와 함께 했음을... 오늘도 세상은 햇살을 받으며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김선규 선임기자 지난 35년의 사진기자 생활은 빛을 찾는 여정이었다. 펄떡이는 날것의 현장을 빛으로 낚아 올릴 때 그 짜릿한 손맛은 그 어느 것 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빛으로 기록한 사진들이 지면을 통해 수많은 독자들에게 전달되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때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꼈다. 돌이켜볼 때 사진기자로써 지난..
수국, 수련, 원추리… 서울역 고가공원에 여름 꽃들이 활짝 피었다. 하늘에는 비를 잔뜩 머금은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다니고 땅에는 장난감 같은 차량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고가공원에서 제일 높은 수국전망대에 오르자 소담스러운 수국들이 활짝 웃으며 반긴다. 토양성분으로 색이 변하는 수국들이 발밑을 오가는 버스들처럼 붉고 파랗게 물들어 가고 있다. 후두두둑 빗방울이 떨어지자 고가공원 여름 꽃들이 기지개를 활짝 켜고 생기를 되찾는다. 도로에서 공원으로 변신하여 다섯 번째 여름을 맞이하는 서울역 고가공원에 여름이 익어가고 있다. ■촬영노트 ‘서울로 7017’은 서울역을 중심으로 동서부를 이어주는 고가도로였으나 안전등급d를 받고 철거 위기에 놓였다. 여러 논의 끝에 철거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다니는 공중공..
- 서울시 종로구 와룡동 창덕궁 후원 오전의 햇살이 뜨겁다. 여름이 부쩍 빨라진 탓인지,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에 도심의 빌딩과 아스팔트가 이글거린다. 인위적인 냉방이 아니고는 이 더위를 어찌할 수 없는 도심의 한가운데. 그런 이곳에 울창한 녹음이 하늘을 가리고 상쾌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는 곳이 있다면 믿어질까. 게다가 고궁의 고풍스러운 멋과 자연을 벗 삼아 즐기던 선조들의 여유까지도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자유 관람이 허용되는 목요일, 창덕궁을 찾았다. 돈화문을 지나 창덕궁에 들어서자 번잡한 도심에서 불과 몇 걸음 만에 타임머신을 타고 수백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하다.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수령 600년 이상의 회화나무가 그렇고, 고궁이 주는 고아함과 한적함이 그러하다. 이곳에서 생활..
- 서울 중구 남산 성큼 봄이 다가왔건만, 도시는 아직 회색 겨울이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콘크리트 숲은 스산하기조차 하다. 거리에 나온 사람들의 화사한 옷차림에서 봄을 느낄 뿐, 줄지어선 빌딩도 늘어선 자동차도 계절을 잊은 듯 무표정한 모습이다. 장충동 국립극장 쪽으로 접어들자, 순식간에 숲이 펼쳐진다. 답답하고 혼탁했던 공기도 한결 상쾌해지는 기분이다. 남산으로 오르는 한적한 길가에는 뜩 물이 오른 개나리 가지마다 꽃봉오리들이 부풀어 오르고, 참나무 숲 아래 쌓인 낙엽 사이로 풀들이 푸릇푸릇하다. 가벼운 차림으로 산책을 하는 노부부나 운동을 하는 젊은이들에게서도 봄기운이 느껴진다. 자연은 그런 것일까. 삭막한 도시에서 잔뜩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한결 누그러진다. 남쪽 산자락은 온통 소나무 숲이다. 그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