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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상처 아닌 세상을 보는 눈 ‘자작나무 옹이’
공원 산책길에서 자작나무 옹이와 눈이 마주쳤다. 마치 내 마음까지 들여다보는 듯 선명한 눈빛이다. “너 많이 힘들구나.” 상한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았다. 열대야로 잠을 설치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괜히 집고양이에게 화풀이를 하고 나선 길이었다. “응 지금 좀 힘드네.” 주절주절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말을 하자 자작나무 눈이 반짝였다. “이 상처는 내가 아팠던 흔적이야” “하지만 지금은 내 몸의 상처가 세상을 보는 눈이 되었어.” 돌처럼 단단해진 옹이를 어루만져주자 자작나무도 축 처진 내 어께를 다독인다. “힘내” 마음이 통하면 모든 것이 통하나 보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빛으로 그린 세상/생명을 찾아서
2022. 8. 5. 08:37
강변마을 이어주던 섶다리의 추억… 가족도 일상도 그립다
함박눈이 내린다. 산과 들 그리고 꽁꽁 언 강물 위로 소복이 내려앉는다. 을씨년스러운 겨울 산하가 어느새 순백의 세상이 됐다. 눈발을 헤치며 누렁이가 앞서가고 지게를 멘 주인이 뒤를 따라 다리를 건너고 있다. 그 정겨운 모습에 왠지 모를 그리움이 일렁인다. 강원 영월군 평창강 판운리 섶다리 풍경이다. “내 별명이 지게 도사야. 하하하.” 설을 앞두고 다리 건너 이웃 마을에 다녀온다는 하창옥(74) 씨가 불콰해진 얼굴로 호탕하게 웃는다. 발채를 얹은 지게 위에는 짐이 가득하다. 젊을 때 지게질깨나 했다며 지금도 일을 할 때 지게가 요긴하단다. 신작로가 뚫리고 콘크리트 다리가 놓여 있지만, 강 건너 이웃 마을에 갈 때면 이 다리가 제격이다. 강 건너 이웃집에서 약주 한잔 걸치고 산이(풍산개)와 함께 집으로 ..
사람풍경
2021. 2. 20. 1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