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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그냥 헐고 새로 짓지” 100년 가까이 된 고향집 사랑채를 그것도 10년 이상 방치된 사랑방을 직접 복원한다고 했을 때 마을 분들이 보인 한결같은 반응이다. “요즘 귀뚜라미(보일러) 좋은데 뭐 하러 고생해~” 구들장을 걷어내고 하루 종일 벽돌과 씨름하는 모습이 딱해 보였는지 지나가던 이웃집 할머니가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귀가에 생생하다. “그냥 좋아서요.”라며 웃음으로 화답했지만 구들을 드러내고 무너진 고래둑을 쌓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렇게 이른 봄부터 시작된 고향집 사랑채 복원작업이 찬바람이 불어서야 어느 정도 마무리 될 수 있었다. 주말을 이용해 작업하다 보니 일은 더디었고 모든 공정 하나하나가 간단치 않았다. 8개월간의 여정이었다. 코로나19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블루..
구들석탑을 쌓았습니다. 작은사랑방 해체할때 나온 구들장과 조각돌들입니다. 기둥위에 구들장을 올리고 탑을 쌓듯이 올려 세계최초(?)의 ' 삼층구들돌탑'이 완성되었습니다. 재미삼아 했는데 검게 그을린 돌하나하나에서 고단한 허리를 지지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시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숨결이 느껴집니다 ^^
사랑채 복원 넷째날 화창한 봄날, 어머니가 음식을 잔뜩 싸들고 격려차 오셨습니다. 모처럼 맛있게 점심을 먹고 힘을 내봅니다. 오늘 미션은 구들 틈새 메우기와 황토 몰탈로 구들덮기. 구들 해체할 때 함께 나온 작은 돌들이 큰 역할을 합니다. 구들장을 단단히 고정되고 틈새를 메우는데 제격입니다. 작은 돌들이 큰 구들을 받치고 있어 구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하찮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있어 세상이 존재하고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사랑방 문턱에서 구들장 마무리 작업을 지켜보던 정남이가 감수를 합니다. 이곳저곳을 살피더니 OK 사인을 보냅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아픈 팔로 수고한 나를 위해 연태고량주로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
사랑채 복원 셋째날 몸이 고되니 잠투정 할 겨를이 없습니다. 어제는 옆집 닭이 새벽3시에 울어대는 통에 잠을 설쳤는데 새벽에 닭이 울건 말건 오랜만에 숙면을 취했습니다. 오늘 미션은 고래둑 위에 구들 올리기. 구들장을 해체 할때는 몰랐는데 이맛돌의 무게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이마돌은 불을 직접 맞기에 그 크기와 규모가 남다릅니다. 옆집 형님과 아래동네 사촌까지 동원해 간신히 이맛돌을 올렸습니다. 얼기설기 구들장들을 고래둑 위에 올리고 오늘 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저녁을 먹는데 오른쪽 손목이 숟가락을 들기 힘들 정도로 아파옵니다. 반복되는 고래둑 쌓기와 구들을 옮기며 손목에 무리가 갔나봅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한 결과입니다. 머릿속 독이 빠져나간 자리에 새로운 독이 들어앉은 것 같습니다. 황토방에..
사랑채 복원 둘째날 간밤에 무서리가 내렸습니다. 오늘은 무너져 내린 고래둑을 적벽돌로 쌓았습니다. 오랜만에 벽돌을 쌓으니 삐뚤빼둘 진도가 통 나질 않습니다. “귀뚜라미(보일러) 좋아, 뭐하러 고생해~” 벽돌과 씨름하는 모습이 딱해 보였는지 지나가던 동네분이 안타까운 듯 한말씀 하셨습니다. “그냥 좋아서요.”라며 웃음으로 화답했습니다. 하루종일 네줄기의 고래(불과 연기가 지난는 통로)를 쌓고 오늘 작업을 마무리 했습니다. 고래둑이 단단해지면 마당에서 무서리 맞으며 기다린 구들이 올라갑니다, 몸은 고되지만 매주 을 마감하며 쌓인 몸속 독이 빠져나가는 느낌입니다. 돼지목살과 막걸리로 오늘의 수고를 위로합니다. ^^
사랑채 복원 첫째날 폭풍우가 몰아친 후 맑고 푸른 하늘이 반겨줍니다. 휴가를 내고 오랫동안 미뤄왔던 사랑채 구들 복원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적벽돌과 시멘트몰탈 한 파레트와 황토몰탈을 준비했습니다. 황토방 구들작업 경험을 믿고 시작했는데 막상 큰사랑채 구들장을 들어내니 대략 난감했습니다. 구조가 넘 복잡하고 구들을 지탱한 고래등이 너무도 정교했습니다. 잠시 망설여지만 조상님들이 물려주신 DNA를 믿고 일을 저질렀습니다. 일하는 동안 할아버지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오늘 일을 마치고 고단한 허리를 흙벽에 기대고 멍때리고 있습니다. 내일을 내일의 해가 뜨겠지요. ^^
"새나 벌도 자기 집을 짓는데 왜 사람들은 스스로 집을 못 지을까?" 다소 엉뚱한 생각이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뿐이었다. 오십 줄에 들어서며 권태기가 찾아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요리, 그림등 많은 것을 찾아 헤맸지만 그 갈증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올해가 문화일보 근속 20년. 5일간의 특별휴가가 주어졌다. 오래전부터 히말라야 트래킹을 꿈꿔왔으나 엄청난 지진이 발길을 붙잡았다. 네팔 행을 포기한 후 자료를 찾다가 흙집학교를 알게 됐다. 강한 끌림이 있었다. 어릴 적 흙장난을 좋아했다. 흙집에서 태어나 흙과 함께 놀았다. 흙에는 유년의 추억이 그대로 녹아있다.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스스로 집짓기의 희망을 안고 지난 5월 원주에 있는 흙집학교에 덜컹 등록했다. "인간도 스스로 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