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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자가격리’ 중에 떠올린 지리산의 별밤… “그동안 참 힘들었구나”
자가격리 8일째다.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고 있다. 방과 화장실 거실 일부가 나에게 허락된 공간이다. ‘삼시세끼’ 받아먹으며 방구석을 서성이다 보면 어느덧 하루해가 저물고 몸과 마음이 지쳐간다. 답답한 마음에 촛불을 켜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들으며 108배를 시작한다. 피아노의 장엄한 선율이 흐르고 절 횟수가 늘면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물방울처럼 굵어진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흐르다가 방석 위에 떨어진다. 1악장 알레그로가 폭풍이 몰아치듯 끝나가면서 100배를 넘어섰다. 방 안의 열기는 더해가고 숨결은 거칠어졌다. 2악장 아다지오가 시작되면서 촛불을 끄고 바로 앉는다. 속삭이는 듯한 2악장을 듣고 있으면 과거로 아득히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다. 음표들 사이에 아름답게 흐르는 선율..
사람풍경
2020. 9. 5. 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