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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소와 한몸되어… 가장이라는 무게를 지고 인생의 밭을 갈다
“이랴∼ 이랴∼ 이랴∼” 정겨운 소리가 고요한 첩첩산중에 메아리친다. 비탈밭에서 소의 고삐를 밀고 당기며 쟁기질하는 농부의 손놀림이 능숙하다. 소는 늙은 농부의 호령에 뚜벅뚜벅 장단을 잘도 맞춘다. 경사진 밭에서 한 몸처럼 움직이는 농부와 소를 자세히 보니 소가 농부의 말을 척척 알아듣는다. “이랴∼” 하면 가고, “워” 하면 멈춰 선다. 고랑 끝에서 “워워∼” 하니 오른쪽으로 돌아선다. 두 고랑을 갈고 나니 소도 농부도 거친 숨을 몰아쉰다. “이 밭이 6천 평이래요∼, 소 없으면 일을 못 해요.” 고삐를 내려놓고 자신의 고달픈 삶을 막걸리 한잔에 풀어내는 우광국(79) 어르신은 평생 소와 더불어 살아왔다. 저 소도 일을 시키기 위해 어미젖을 떼고 4개월 때부터 나뭇등걸을 씌워 길들였다고 한다. 어릴 때..
사람풍경
2020. 4. 16. 16:09
촌로와 우공의 봄맞이
푸른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산비탈 다랭이밭, 오랜만에 밭 갈러 나온 소는 농부의 호령에도 아랑곳없이 딴청입니다. “허어 이놈이~” 화가 날만도 하건만, 늙은 농부는 고삐를 늦추고 한동안 기다려줍니다.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는 남녘 끝자락, 봄은 농부의 넉넉한 마음에서 먼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남해 가천마을에서
빛으로 그린 세상/사진낭송
2018. 3. 11. 21:57
겨리쟁기질
'워워-' 겨우내 묵혔던 땅을 갈아엎자 고개를 내밀던 쑥이며 냉이, 질경이 등이 화들짝 놀랍니다. 봄기운에 녹아들고 쟁기질에 한바탕 뒤집혀 으스러지면서 땅은 푸른 생명을 틔울 희망으로 가득 찹니다. 한줌 흙에서도 생명의 기운이 살아 꿈틀대는 어느 봄날. 새삼 내가 '살아 있음'을 느꼈습니다. 2002/홍천
빛으로 그린 세상/행복편지
2016. 6. 28. 1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