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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아빠와 아들의 사진산책

4-2(아빠와 소통하다)

빛으로 그린 세상 2017. 7. 3. 15:37

<아들>
       
참 신기 했다. 아빠와 얼굴을 맞대고 지긋하게 인생에 대해 상담한 것도 아니었고, 훈계를 들은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서로 좋아하는 산책과 자연, 그리고 사진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고 무작정 나가서 같은 곳에서 같은 것을 같이 바라보며 사진을 찍은 것이 전부였다.

아빠가 말했던 “사진은 마음을 담는 것”이라는 말처럼 아빠와 사진을 찍으면서 마음이 통한 것이었을까? 처음에는 별 다른 일 없으면 정적만 흘렀던 산책길이 이제는 아빠에게 숨길 것 없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털어 놓느라 시끄러운 산책길이 되었고, 아빠도 사진을 알려주며 아빠 이야기를 서슴없이 해주셨다. 똑같은 풍경을 찍은 것임에도 전혀 다른 사진이 나오는 것을 보며 단순히 카메라 성능 차이 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아빠와 나와의 가치관, 하고 있는 생각,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때문이었다는 것을 느끼며 서로의 차이에 대해 남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사진 산책을 하며 사진 기술, 삶의 활력 그리고 인생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지만, 그보다 더욱 소중한 것을 얻은 것 같다. 그것은 한동안 메말라 있었던 아빠에 대한 마음을 팍팍한 가슴에 채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나를 이 세상에 불러와 주시고, 무조건적으로 나를 위해 헌신해 주는 아버지라는 존재 의미를 잊고 있던 나에게 새로운 빛과도 같은 거였다. 아빠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힘들어 할 줄 아는, 단순히 내가 잘 되기 위해서 뒤에서 뒷바라지를 해주시는 서포터이기 전에 나와 같은 똑같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사진 산책을 가자고 나에게 처음 손을 내밀어준 아빠의 손짓이 나에게 이런 변화를 가져다 줄 지, 그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느새 내 상상의 나래는 미래를 향해 활짝 펴져 있다. 나도 어느새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리고 아들을 키우고 있다. 마치 내가 겪었던 것들을 그대로 재현을 하듯 내 아들도 사춘기가 오면서 나와 더 이상 놀려고 하지 않고, 어느새 고3이 되어 입시에 전념하고 스트레스에 절어 있다. 그리고 나를 그저 뒷바라지 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그때 나는 내 카메라를 아들 책상에 올려놓고 옆에 “아들아, 사진 산책 나갈래?” 라고 쓰여 있는 작은 메모를 남긴다. “아싸! 좋아요 아빠!” 아마 내 아들도 공부에 지쳐 있는지 삶의 활력을 되찾고 싶었나 보다. 나는 내 아들과 카메라를 든 채 인근 공원으로 향한다. 배움, 성장 그리고 소통을 가져다 준 ‘아빠와 아들의 사진산책’은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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