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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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아빠와 아들의 사진산책

2-9(밤에 사진 찍기)

빛으로 그린 세상 2017. 7. 3. 15:17

<준우>

   언젠가 잡지에서 서울 한복판에 자동차들이 지나가면서 그 불빛들이 남긴 궤적이 만들어낸 멋진 사진을 본 기억이 났다. 이번에는 나도 그런 멋진 ‘궤적 사진’을 찍어보고 싶어서 밤에 호수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주말이라 그런지 캄캄한 밤인데도 라이트를 켜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쌩쌩 지나가는 자전거 불빛이 남기고 가는 그 궤적들을 사진으로 담아 내면 정말 멋진 사진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사진을 찍기 위해서 ‘조리개를 열어 놓는다’ 까지 밖에 몰랐던 나는 내가 원하던 캄캄한 호수공원의 야경 안에 빛의 궤적들이 그린 멋진 그림을 얻지는 못했다.
 자전거가 너무 빨리 지나간 탓인가? 아니면 불빛이 너무 약해서 그런가? 다양한 의문점이 들었고 혼자서 해결해 보려고 이리저리 다른 시도를 해봤지만, 궤적이 깔끔하지 않게 나오거나, 상이 흔들려 버린 사진만 내 카메라에 쌓일 뿐이었다.

 

 

   어느덧 11시가 넘어서 호수공원의 불이 모두 꺼졌다. 오늘따라 하늘에 구름이 많지 않아서 “혹시 별 사진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빠에게 별 사진 찍게 조금만 더 있다 가자고 부탁을 드렸다. 그렇게 모든 불이 꺼진 캄캄한 호수공원에서 걷고 있는데, 분명히 모든 불이 꺼졌지만 생각보다 밝았다. 눈이 이렇게 빨리 어둠에 적응할 수 있었던 지는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나는 곧 내 눈이 어둠에 빠르게 적응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별 사진을 찍으려고 연꽃 호수에 도착했을 때, 나는 호수공원 옆 각종 상가 건물들과 아파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보았다. 그 빛들은 캄캄한 밤하늘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기대에 부풀은 채 셔터를 1분 동안 누른 다음에 사진을 확인한 나는 실망하였다. 별빛은 보이지 않고, 다만 도심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만이 내 카메라에 들어와 있었다. 별 사진을 찍으려면 꼭 인공 조명들이 없는 깊은 산 속까지 가야 하는 것일까,

 

 

<아빠>

준우야 사진의 어원 Photo는 빛이란 뜻을 갖고 있는 것처럼 사진을 흔히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하지. 카메라의 원리도 필름이나 이미지 센서(CCD)를 빛이 차단된 밀폐된 상자 속에 넣고 순간적으로 빛을 쪼여 노출시키는 간단한 구조를 갖고 있단다.
만약 빛이 없다면 사진촬영이 불가능하지. 그 빛에 반사된 이미지를 기록한 것이 사진이야. 그러므로 한줄기 희미한 빛만 있어도 그것은 곧 사진으로 표현될 수 있어. 흔히 초보자들은 밤에 플래시 없이 사진을 찍으면 시커멓게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요즘은 카메라의 성능이 뛰어나 밤에도 감도를 높이거나 삼각대를 이용하여 오랜시간 노출을 주면 멋진 야경 사진을 얻을 수 있지.

어두운 밤에도 사진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우리 눈과 카메라의 렌즈의 차이 때문이야. 우리 눈은 어두운 곳에서는 제대로 작동을 못하지만 카메라는 조리개를 열고 감도를 높이고 셔터를 느리게 하면 곳곳에 숨어있는 미세한 빛도 포착하여 담아낼 수 있지. 카메라의 이런 특성으로 어두운 밤에 차량의 궤적사진과 별 사진을 찍을 수 있단다. 

아빠가 사진을 알기 전에 제일 궁금했던 점이 바로 달력 사진에 나오는 도로 야경이었어. 사진의 원리를 알고 나서는 별 것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차량궤적 모습이 어찌나 신기하던지…
엄마랑 데이트 할 때도 밤하늘의 별이 아름다워서 별 사진을 찍어 주고 싶었지만 당시 아빠의 실력으로는 역부족이었지. 희미한 별빛을 모으기 위해 어두운 곳에서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셔터를 개방하고 장시간 노출을 주어야 별 사진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이 필요했단다.

 

 

### 차량의 궤적 촬영 ###

타임노출을 이용하여 움직이는 빛을 촬영하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 찍힌다. 이 마술같은 사진의 가장 좋은 피사체는 자동차다. 준우가 찍은 호수공원의 자전거도 궤적도 좋으나 느리고 광량이 약한 것이 흠이다. 자동차는 광량도 풍부하고 스피드도 있어 차량 모습은 안찍히고 빛줄기만 남는다.

- 촬영을 할 때는 약간 어두운 시간대가 좋고 다리 위나 아파트 베란다등 전체 경치가 잘보이는 곳이 좋다.
- 노출시간은 5초에서 1분사이가 좋고 시간이 걸리므로 카메라가 움직이지 않게 단단하게 고정하는 것이 좋다.
- 조리개는 조여 전체 경치가 뚜렷하게 나오는 것이 좋고 전반적으로 어두울때는 감도를 높여준다.


                        카메라를 손에 들고 P모드로 찍어 블러(blur)현상이 일어났다.

 


                        카메라를 단단하게 고정하고 M모드로 10초간 노출을 주었다.

 

### 별사진 촬영 ###

밝은 장소에서 한 순간을 포착하는 카메라 기술과는 달리 어둠속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나름대로 준비가 필요하다. 장시간 노출을 주어야 하므로 삼각대, 손전등이 필수 준비물이다.

- 별을 찍으려면 별을 보아야 하기에 우선 날씨가 좋아야 한다. 구름이 많이 끼거나 흐리면 별을 볼 수가 없다. 또한 보름처럼 휘영청 달이 밝으면 별이 잘 안보인다. 따라서 그믐을 전후해 맑은 날 밤, 그리고 도심 주변은 피해야 한다. 일산 호수공원처럼 잡광이 많은 곳에서는 제대로 된 별 사진을 찍기가 힘들다.
- 렌즈는 표준렌즈도 좋지만 보다 넓은 시야를 얻기 위하여 28~35mm의 광각렌즈가 좋다. 20mm이하의 초광각렌즈를 사용하면 빛줄기가 매우 가늘어져 버린다.
- 초점의 위치는 무한대로 맞추어 테이프로 고정시켜 놓는 것이 좋다.


                        10초간 노출       

 


                        10분간 노출                           가평 코스모스 천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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