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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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아빠와 아들의 사진산책

2-5 프레이밍(그림은 더하기 사진은 빼기)

빛으로 그린 세상 2017. 7. 3. 15:02

<준우>

“무조건 다 나오게, 무조건 넓게…” 나는 사진을 찍기 시작할 때부터 무조건 넓게 보고 사진을 찍는 습관이 있었다. 욕심을 부리면서 더 많은 것을 한가지 사진에다가 담으려고 뒷걸음질을 치다가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은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무조건 다양한 색이 나오고, 많은 사물들이 나와야 예쁜 사진이다’라는 생각이 머리 한편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원래 나무를 보지 않고 숲을 보는 성격 탓일까? 항상 시험공부 할 때도 보면 나는 큰 그림을 보고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면서 공부를 하곤 했다. 책을 펼치고 눈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쭈우욱 훑고 큰 틀을 이해한 후 “공부 다했다!”고 외친 후에 바로 책을 덮었다. 세계사같이 흐름을 이해해야 하는 과목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디테일 한 암기사항들은 외우지 않아서 사소한 것들을 물어 보는 시험에서는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ㅋ
      
하루는 산책을 나가 줌을 한번도 당기지 않고 사진을 잔뜩 찍은 다음에 뿌듯한 마음으로 집에 온 적이 있었다. 컴퓨터로 사진을 옮긴 후 그 날 찍은 사진들을 보며 만족해 하고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무언가 마음에 안 들었다. 그때 동생이 옆에 와서 “형, 뭘 찍은 거임? ㅋㅋ” 라고 물어봤는서 나는 “보면 모르냐, 짜샤” 라고 물어보고 동생을 쥐어 박았지만, 사실 나도 내가 무엇을 찍었는지 잘 구별이 되지 않았다.
       
아빠랑 사진 산책을 나갔을 때 나는 아빠한테 나는 나름 내가 바라본 멋진 것을 사진으로 찍은 건데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그러자 아빠는 이런 말을 해주셨다. “그림 그릴 때는 백지에 물감을 더해가며 만드는 것이지? 사진은 잘라가며 만드는 것이다.” 처음엔 그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잘라 갈수록 더 적은 것만 보이고, 그러면 단조롭고 재미가 없을 텐데? 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아빠가 해보라는 대로 해보았다.
       
‘사진은 빼기다. 사진은 빼기다’라고 연신 속으로 외치며 많은 나무들이 보이는 광경을 잘라내고 잘라내어 평범한 단풍잎 하나에 주목해보았다. 내 눈에는 멋있게 보이는 수 많은 풀들과 꽃들이 만들어 낸 그림을 포기하고 주변을 잘라가며 평범한 보라색 꽃에 주목해보았다. 한 발짝, 한 발짝 카메라를 들이밀며 접근해서 렌즈를 최대한 당겨서 접사로 찍어 보았다.
       
슬슬 어린 티를 벗으며 성숙의 빨강색을 입을 준비를 하는 단풍잎의 모습이 보였다. 힘든 농사 후에 정좌에서 산들바람에 휴식을 취하는 농부처럼 오랜 비행 끝에 지친 몸을 쉬게 하는 곤충이 보였다. ‘언젠간 나도 저 형처럼 멋진 꽃으로 피어나겠지’라는 꿈을 품고 열심히 꽃을 피우려 발버둥 치는 동생 꽃봉오리들의 아우성은 들리지도 않고 꿋꿋하게 자기 갈 길을 가는 이기적인 맏형 같은 보라색 꽃의 모습이 보였다. 숨이 막혔다. 큰 그림만을 보면 결코 볼 수 없었던 그 작고 소소한 디테일들의 향연에 나는 놀랐다. 그리고 내가 찍은 사진이 내가 찍은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멋지고, 무엇보다도 내가 무엇을 찍은 지 명확했다.
       
그 날도 어느 날과 마찬가지로 컴퓨터에 사진을 옮기고 감상을 했다. 또 시비를 걸고 싶은 건지 동생은 어느새 내 곁에 와서 컴퓨터 화면을 같이 들여다 보고 있었다. 하지만 동생은 약간은 놀란 듯 “사진, 멋있네 ㅋ” 하며 떠났다. 잘라내고 잘라내어 찍은 그 사진들이 내가 봐도 커팅으로 가공된 다이아몬드 마냥 멋있어 보였다.

 

 

 

<아빠가>

사진은 왜 사각형일까?

준우야 사진을 찍을 때 어려운 일중의 하나가 바로 현실의 여러 잡다한 사물 가운데서 자기가 찍고자 하는 대상을 찾아 알맞게 따내어 화면을 만드는 작업일 것이야. 카메라의 뷰 파이더로 보이는 직사각형의 틀이 바로 프레임인데 결국 사진은 이 사각의 틀 안에서 찍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진은 사각형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지.  

 

한 컷의 멋진 사진을 만들기 위해 사진가들은 자기가 가진 모든 감각과 표현을 총동원해 무수한 공간속에서 경계와 거리를 정하고 빛의 형태를 바라보고 눈의 위치를 정하고 대상이 놓일 자리를 결정하게 되지. 이 모든 일을 전문용어로 ‘화면의 구성’, 즉 프레이밍(Framing)이라고 한단다.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고 주제를 중심으로 카메라의 프레임만큼 화면을 꾸리는 일이야. 사진 찍기는, 주변의 어디를 얼마만큼 사각의 프레임 안에 담을 것인지 결정하면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어. 그래서 프레이밍은 촬영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단다.

다시 말해 ‘사진은 뺄샘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지. 쉬운 일 같지만 사진의 가장 어려운 일중의 하나야. 처음 사진을 시작할 때 우리는 흔히 한 컷에 많은 것을 담으려는 욕심을 부리지. 아마 사람의 본능일 거야. 그런데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담은 사진들은 나중에 다시 봐도 무엇을 찍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아빠도 사진을 처음 시작할 때 이 부분이 제일 어려웠어. 취미로 사진을 찍을 때는 잘나오건 못나고 건 그냥 간직하면 되지만 신문사 사진은 그날그날 현장에서 있었던 일을 지면을 통해 냉혹한 평가를 받게 되지. 그 평가에서 제일 눈에 띄는 부분이 현장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얼마나 덜어내고 핵심적인 요소를 어떻게 사진으로 담아냈는가 하는 부문이지. 

아빠는 지금 신문사에서 사진부 데스크를 맡고 있어서 현장에 나갈 수 없지만 현장에서 취재를 할 때보다도 더 열심히 ‘뺄샘’을 하고 있어. 우선 수없이 많은 사건사고와 예고된 행사 중 덜 중요한 것은 버리고 그날 지면에 꼭 필요한 사안에 대한 취재지시를 하지. 그리고 우리부원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취재해온 많은 사진들 중 꼭 필요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를 덜어내고 최종 편집회의에서 선택된 사진을 다시 과감하게 잘라내어 사진의 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지. 버리고, 덜어내고, 잘라내고...어때 이쯤 되면 아빠도 날마다 뺄샘을 실천하고 있다 할 수 있지. ㅎㅎ 

사진은 촬영할 때 와 촬영한 사진을 집이나 사무실로 돌아와 작업을 할 때 다시 한번 잘라내는 작업을 한단다. 그것을 크로핑(Cropping) 혹은 트리밍이라고 하지. 흔히 컴퓨터를 작업을 할 때 포토샵의 대표적인 작업이 크로핑(잘라내기)라고 할 수 있지. 촬영할 때 발견 못한 불필요한 공백을 잘라내고 시선을 빼앗아가는 부분은 없는지 주제를 부각시킬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을 찾아내는 거야.
 
준우야 이제 ‘사진은 빼기’라는 아빠가 한 말을 이해하겠니. 아빠의 경험으로 좋은 사진을 찍는 비결은 다름 아닌 빼기를 잘 해야 한다는 거야. 눈에 보이는 것을 하나하나 빼내다 보면 아주 구체적인 대상만 남게 되지. 그런 뒤 하나만 남은 구체적인 대상에 대해서도 다시 빼기를 하다보면 자기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사물의 핵심이나 멋진 장면을 발견하곤 하지. 어찌 보며 우리의 삶도 좋은 사진처럼 삶의 불필요한 요소들을 하나둘 빼버릴 때 더욱 빛나지 않을까!  

 

@@ 좋은 사진을 만들기 위해 셔터를 누르기 전에 꼭 알아야 몇가지 요령

1) 대상으로 한발 더 다가선다.
-대상을 발견한 순간 셔터를 누르지만 거기에서 한 발 더 다가가 누르다 보면 불필요한 요소가 프레임 안에서 사라지고 핵심만 남게 된다. 사진의 전설이라 부리는 로버트 카파도 좋은 사진을 원하거든 대상에 한 발 더 다가서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2) 조리개를 이용한다.
-조리개를 열어 줌으로써 심도를 얕게 하여 필요한 요소 이외에는 지워 버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특히 인물을 찍고자 할 때는 조리개를 활짝 열어 주제에 집중하고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다.

3) 기다린다.
-불필요한 요소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거나 원하는 상황이 일어나기까지 기다린다. 사진의 다른말은 기다림이다. 아빠가 20여 년 동안 사진을 찍은 시간은 기다린 시간의 수백분의 1도 안 되는 시간일 것이다.

4)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일명 연출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가족사진을 찍을 때 “김치~“하고 웃는 모습을 찍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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