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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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원형을 찾아서/Nature & Mind

여름이 준 선물

빛으로 그린 세상 2017. 7. 18. 09:37

- 경기 양평 조현리 모꼬지마을

 

햇살이 따가울수록 물속의 아이들은 더욱 신이 납니다. 맨손으로 송어를 잡고, 물장구를 치던 아이들이 이번에는 뗏목에 올라탔습니다. 뗏목이 흔들거릴 때마다 아이들 마음도 흔들흔들 즐겁습니다. 원 없이 실컷 노는 아이들, 그들에게 여름은 소중한 선물입니다.

# “와, 감자다!”
아침부터 햇살이 따갑습니다. 무성한 나무 위에도 푸른 들판에도 한여름의 땡볕이 내리쪼입니다. 그 볕을 받으며 논에는 벼가 자라고 밭에는 옥수수며 고추가 영글어갑니다. 오늘도 무지 더울 것 같습니다. 티 없이 맑은 하늘에는 흰 구름이 두둥실 떠다닙니다. 저건 강아지, 저건 공룡..., 구름이 이리저리 모양을 바꿉니다. 자꾸만 하늘을 올려다보게 됩니다. 그 순간만큼은 마음도 느릿느릿 하늘을 떠다니는 것만 같습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짙푸른 녹음이 우거지고 하늘에는 유유히 구름이 흘러가는 한적한 농촌 마을에 여름이 한창 무르익어갑니다. 

“와, 감자다!” 마을회관 옆 감자밭에 아이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습니다. 감자 줄기를 뿌리째 뽑아 올리자 주렁주렁 감자가 달려 나옵니다. 아이들이 신기한 듯 함성을 지릅니다. 인천 소래초등학교에서 단체로 체험학습을 온 아이들입니다. 호미로 흙을 파헤치자 땅속에서 허연 감자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더 없을 것 같은데도 자꾸 나옵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집니다. “여러분, 각자 나누어 준 망에 꾹꾹 담아서 가져가세요!” 땀을 뻘뻘 흘리면서 감자를 캐다보면 땅 속에서 지렁이며 애벌레들이 나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땅 속에서 감자도 튼실하게 자라고 땅 속 벌레들도 부지런히 살아가고 있었나봅니다.

# 역시 물놀이가 최고
땀에 흠뻑 젖었지만 수확의 기쁨이 이런 걸까요. 저마다 묵직한 망을 들고 감자밭을 나오는 아이들 모두 흡족한 얼굴입니다. 집에 가져갈 감자를 가득 담고 남은 것은 오늘 간식거리입니다. 트랙터를 개조한 마차를 타고 점심을 먹으러 체험관으로 이동합니다. 푸른 벼를 쓸고 다니던 한줄기 바람이 아이들 땀을 식혀줍니다.

점심 메뉴는 비빔밥과 된장국. 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무농약 쌀과 채소로 정성껏 만들어서 맛있기도 하지만 땀 흘리며 일하고 나서인지 밥맛이 그야말로 꿀맛입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은 밥을 먹고 나서 뙤약볕 속을 뛰어다닙니다. 파란 하늘에는 흰 구름이 여전히 떠다니고 매미 소리가 쉼 없이 울려 퍼집니다.

이런 날에는 역시 물놀이가 최고이지요. 감자밭에서 일도 했겠다, 밥도 먹었겠다, 일행은 다시 트랙터 마차를 타고 근처 계곡으로 출발합니다. 물 맑기로 유명한 양평에서도 조현리는 용문산을 끼고 흐르는 두 계곡이 합쳐지는 지점이라 물이 더 풍성합니다. 마차를 타고 가는 내내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가 흘러넘칩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짙푸른 숲과 드넓은 개울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얘들아, 여기에 송어가 많이 있으니까 한 번 잡아 봐!” 최철배 체험마을 위원장님이 아이들에게 장갑을 나누어 줍니다. 그물을 쳐놓은 낮은 물가에 장갑을 낀 아이들이 첨벙첨벙 뛰어 들어갑니다. 드디어 맨손으로 송어잡기가 시작되었습니다.

# 송어 잡고 뗏목 타고
처음에는 아이들이 몰려다니는 통에 송어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점차 물이 맑아지자 언뜻 언뜻 물속에서 빠르게 헤엄치는 커다란 물고기가 보이기 시작했지요. 이쪽에서 ‘으악!’ 저쪽에서 ‘으악!’하는 소리가 나면 송어를 발견한 거지만 워낙 잽싸고 미끄러워서 번번이 놓치기 일쑤입니다. 과연 잡을 수나 있을까요. 송어잡기는 점차 시들해지고 일찌감치 포기한 아이들은 물장구를 치며 놀이에 빠져듭니다. 한참을 그러다가 갑자기 “우와!” 하는 함성이 들리더니 아이들이 몰려듭니다. 6학년 지연이가 송어를 잡은 것이지요. 팔뚝만한 송어가 지연이 손에 잡힌 채 입을 뻐끔거리며 팔딱거립니다. 그때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고 아이들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우와”하는 소리가 곧이어 들립니다. 이번에는 6학년 찬이가 송어를 잡았습니다. “물속에 무지개 같은 게 있어서 잡았더니 뭔가가 퍼덕거리는 거예요. 그런데 미끄러워서 놓치고 또 잡았다가 놓치고 그러다가 세 번째에 잡았어요!“ 기쁨에 들 뜬 찬이의 마음이 손에 잡힌 송어만큼이나 팔딱거립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체험을 위해 풀어 놓은 송어 일곱 마리를 모두 잡았습니다. 다음에는 뗏목체험이 기다립니다. 마을에서 만들어놓은 나무 뗏목 두 개에 아이들이 나누어 올라타고 위원장님과 마부아저씨가 긴 작대기를 이용해서 뗏목을 저어갑니다. 하늘에 유유히 떠다니는 저 구름처럼 아이들도 물 위에 두둥실 떠다닙니다. 뗏목이 물 위에서 흔들거릴 때마다 아이들 마음도 흔들흔들 즐겁습니다.

# 구름은 추억을 싣고
뙤약볕이 따가워질수록 물에서 노는 아이들은 더욱 신이 납니다. 헤엄을 치는 아이들, 족대를 들고 다니며 송사리를 잡는 아이들, 땅 짚고 기어가는 아이들, 물싸움을 하는 아이들 등..., 저마다 놀이를 찾아 아이들은 정말 원 없이 놀아봅니다. 싫증이 날 정도로 놀던 아이들이 하나, 둘 물에서 나오자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옵니다. 고추장 양념을 한 송어가 숯불 위에 맛있게 익어가고 후라이팬에는 지글지글 감자전이 익어갑니다. 체험위원장님은 아이들이 잡은 송어를 손질해서 양념을 척척 발라 숯불 위에 올려놓고 임정화 사무장님과 부녀회장님은 수박을 쪼개고 감자전을 부치느라 분주합니다.

옷을 갈아입은 아이들이 평상에 앉아 송어구이와 감자전을 먹습니다. 직접 잡고 캔 송어구이와 감자전이라 더 맛있는 걸까요, 아니면 실컷 물놀이를 해서 배가 고파서일까요. 아마 둘 다겠지요. 서로 먹고 먹여주면서 송어구이는 금세 가시만 남고 아이들은 연방 빈 접시를 들고 와서 감자전을 받아갑니다. 수박까지 배불리 먹은 아이들이 평상에 벌렁 누워 하늘을 바라봅니다. 한가로이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 있노라면 시원한 바람에 철철 물소리와 맴맴 매미소리가 실려 옵니다.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 아이들은 위원장님과 사무장님, 그리고 김광숙 체험지도사님께 과자를 드리며 마음을 표현합니다. 사무장님은 찐 감자를 부랴부랴 차에 실어줍니다. 여전히 느릿느릿 흘러가는 구름이 그들을 오래도록 내려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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