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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UFO 취재기(하)

빛으로 그린 세상 2017. 8. 11. 12:17

필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보았다. 필름의 12번째 컷에서 이상이 발견되었다. 문제의 부분을 확대해보았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이상한 비행체 같았다. 혹시 말로만 듣던 UFO?
그날 밤 10시 30분, 나는 한국우주과학연구소 조경철 박사의 연구실을 찾았다. 조박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정말 멋진 UFO 사진″이라면 흥분했다. 그러더니 주의깊게 사진 속의 물체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비행체의 뒤에 나타난 검푸른 부분의 궤적은 비행체가 앞으로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내뿜는 분사체의 궤적이고 타원형의 물체 중앙에 있는 검은 부분은 비행체의 그림자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그의 말을 들으며 내 가슴도 뛰기 시작했다. 이날 나는 마침 당직이었다. 뜬눈으로 밤을 새며 나는 UFO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속이 꽉 차있었다. ″UFO는 과연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무엇이고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왜 오는 것일까?″
날이 밝기가 무섭게 데스크에게 조박사와 만난 일을 보고했다. 이것이 보도되었을 때 미치는 사회적 충격을 우려해 데스크는 전문가들을 상대로 보충 취재를 지시했다. 수소문끝에 한국UFO연구협회 회원들과 함께 문제의 사진에 대해 정밀검토 작업을 벌여나갔다. 사진을 더 크게 확대해 보기도 했고 색채 강조법에 의한 컴퓨터 분석도 실시하였다. 무려 4시간이 넘는 정밀작업 끝에 맹성렬씨(한국 UFO 연구협회 연구부장)는 ``세계 최고의 UFO 사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렌즈 플레어, 현상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모두 검토해보았다. 그런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특히 이번 사진은 비행기가 찍히기 전후 사진과 배경, 인물 등 각종 자료가 담겨진 데다 워낙 상태가 좋아 세계에서도 전례가 없는 사진이다″라는 맹씨의 말이 나오자 부원들에게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6일 아침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편집회의가 열렸다. 일부 신중론도 대두되었지만 1면과 사회면에 각각 사진과 기사를 싣기로 결정이 내려졌다. 이날 오후, 신문이 나오자 추석을 이틀 앞두고 장안이 UFO로 술렁이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UFO 사진이 사진 기자의 카메라에 잡힌,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고 국내에서는 초유의 사건으로 알려짐에 따라 국내 신문과 방송은 물론 AFP, 교도통신 등 세계 유명 통신사들이 앞다퉈 UFO 사진을 전세계로 전송했다.
추석 연휴를 마감하고도 UFO 열기는 각 직장과 학교 그리고 가정으로 이어졌다. 일부 방송사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아침 프로그램에 UFO를 소개했고 라디오 인기 대담 코너에서도 최근의 UFO 현상에 대해 논평하여 방송 청취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UFO 열기는 극심한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던 서점가에서도 UFO 관련 서적들이 베스트셀러로 부상하는 이변을 몰고왔다.
한편, 6일자 신문과 경기도 가평에서 UFO가 출현한 사진과 기사가 보도된 후 UFO를 목격했다는 제보도 잇따랐다. 그 중에는 3일 오후 6시 40분께 경기도 가평군 부근 화악산에 가족나들이를 갔다가 구름 사이로 흰 빛을 발하는 물체 5~6개가 ``ㄱ``자 형태로 배열된 것을 일가족 모두 보았다는 이모씨(공무원)를 시작으로, 백화점 근무를 마치고 4일 새벽 경기도 양주군 남면 황방 2리 원당 저수지로 친구와 함께 낚시를 갔다가 새벽 1시 30분께 지상 2~300 미터 높이에서 순간적으로 저수지를 환하게 비추고 사라진 집채만한 비행물체를 보았다는 김모씨(강북구 미아4동), 같은 날 오전 11시 30분께 비행 훈련 도중 계룡산 1만피트 상공에서 1천피트까지 수직하강하는 괴비행물체를 보았다는 현역 장교의 목격담도 전해지고 있어 최근의 UFO 열기에 무게를 더해주었다.
울산에서 지난 7일 아침 신문을 통해 UFO 국내 출현 소식을 접한 한 고등학생은 당시의 충격을 편지를 통해 이렇게 전했다. ″신문을 바라본 순간, 저는 한동안 강한 흥분에 휩싸였습니다. 그날 아침 1면을 장식한 생활 신문에서 UFO 소식을 접한 저로서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종일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을까? 왜 왔을까? ``,``이 우주에서 가장 완벽한 존재라고 믿어왔던 인간보다 더 우수하고 지능이 높은 생명체가 있다니``- 중략 - ``저는 앞으로 저의 꿈과 우주에 대한 동경을 오늘 충격을 통해 키워나가겠습니다.″

때이른 추석 스케치에 이어 거의 보름만에 다시 방문한 설곡리는 그 때와는 달리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기며 나를 맞았다. 논의 벼들도 더 알알이 영글었고 하늘도 시리게 푸르렀다. 나는 할머니의 집을 나와 다시 UFO가 지나갔던 그 지붕 위의 하늘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들은 왜 내게 나타났을까? 내게 무슨 할 말이 있었던 것일까?`` 지붕 위 하늘 위에는 UFO 대신 흰구름만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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