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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먼 산에 동이 트자 밤새 잠들었던 대자연이 기지개를 켭니다. 투명한 아침 햇살이 굽이굽이 산자락을 어루만지고 이슬 머금은 신록에도 햇살이 고루 퍼집니다. 이른 아침부터 백구 세 마리가 들판을 신나게 뛰어다닙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제 마음도 강아지처럼 뛰놀던 유년시절로 돌아갑니다. 우리 아이들도 저 강아지들처럼 마스크 없이 신나게 뛰어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만물이 꿈틀거리는 이 신록의 계절에 마스크로 동심을 가리고 있으니 얼마나 갑갑할까…. 아이들아 조금만 더 힘내. 잘 견뎌주는 너희들이 참 대견하고 고맙다. 사진·글 = 김선규 선임기자
까치 한 마리가 긴 나무가지를 입에 물고 자동차 사이를 깡충깡충 뛰어 다닙니다. 까치가 집을 지으려면 나뭇가지가 적어도 천 개는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도심의 까치에게는 마음에 드는 자리를 정하는 것도, 집 지을 재료를 구하는 것도 여의치 않아 보입니다. 그래도 새끼를 낳고 기를 생각에 힘든 줄도 모르고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심을 부지런히 누비고 다닙니다. 집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요즘, 도심에서 마음껏 자기 집을 짓고 있는 까치가 한편 부럽기도 합니다. 우리에게도 좋은 소식을 전해주길 기대해 봅니다. 사진,글=김선규 선임기자
세상이 어지럽습니다. 산책을 하다 부러진 나무 가지 하나 주웠습니다. 한손에 쏙 잡히는 느낌이 좋아 집에 가져와 생명을 불어 넣어주었습니다. 옹이는 두 눈이 되고, 부러진 상처는 입이 되었습니다. 다듬고 칠하고…….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노가리로 변신했습니다. 오늘은 이 노가리를 눈요기 삼아 막걸리 한잔하렵니다. ^ ^
사랑채 복원 다섯째날 아침 일찍 그동안 든든한 벗이 되어준 정남이와 집앞 함박산으로 산책을 나왔습니다. 구들 놓고 새침까지 긴 공정을 마치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보았습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굴뚝을 바라보자 이내 연기가 힘차게 올라왔습니다. 성공입니다. 구들 복원에 쏟은 지난 5일간의 노고가 한순간 보상받은 느낌입니다. 구들 복원을 기념하여 좋아하는 산수국을 심었습니다. 좋은 시절에 사랑방에 은은히 불을 지펴놓고 벗들과 한잔하기를 기대합니다.
사랑채 복원 넷째날 화창한 봄날, 어머니가 음식을 잔뜩 싸들고 격려차 오셨습니다. 모처럼 맛있게 점심을 먹고 힘을 내봅니다. 오늘 미션은 구들 틈새 메우기와 황토 몰탈로 구들덮기. 구들 해체할 때 함께 나온 작은 돌들이 큰 역할을 합니다. 구들장을 단단히 고정되고 틈새를 메우는데 제격입니다. 작은 돌들이 큰 구들을 받치고 있어 구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하찮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있어 세상이 존재하고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사랑방 문턱에서 구들장 마무리 작업을 지켜보던 정남이가 감수를 합니다. 이곳저곳을 살피더니 OK 사인을 보냅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아픈 팔로 수고한 나를 위해 연태고량주로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
사랑채 복원 셋째날 몸이 고되니 잠투정 할 겨를이 없습니다. 어제는 옆집 닭이 새벽3시에 울어대는 통에 잠을 설쳤는데 새벽에 닭이 울건 말건 오랜만에 숙면을 취했습니다. 오늘 미션은 고래둑 위에 구들 올리기. 구들장을 해체 할때는 몰랐는데 이맛돌의 무게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이마돌은 불을 직접 맞기에 그 크기와 규모가 남다릅니다. 옆집 형님과 아래동네 사촌까지 동원해 간신히 이맛돌을 올렸습니다. 얼기설기 구들장들을 고래둑 위에 올리고 오늘 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저녁을 먹는데 오른쪽 손목이 숟가락을 들기 힘들 정도로 아파옵니다. 반복되는 고래둑 쌓기와 구들을 옮기며 손목에 무리가 갔나봅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한 결과입니다. 머릿속 독이 빠져나간 자리에 새로운 독이 들어앉은 것 같습니다. 황토방에..
사랑채 복원 둘째날 간밤에 무서리가 내렸습니다. 오늘은 무너져 내린 고래둑을 적벽돌로 쌓았습니다. 오랜만에 벽돌을 쌓으니 삐뚤빼둘 진도가 통 나질 않습니다. “귀뚜라미(보일러) 좋아, 뭐하러 고생해~” 벽돌과 씨름하는 모습이 딱해 보였는지 지나가던 동네분이 안타까운 듯 한말씀 하셨습니다. “그냥 좋아서요.”라며 웃음으로 화답했습니다. 하루종일 네줄기의 고래(불과 연기가 지난는 통로)를 쌓고 오늘 작업을 마무리 했습니다. 고래둑이 단단해지면 마당에서 무서리 맞으며 기다린 구들이 올라갑니다, 몸은 고되지만 매주 을 마감하며 쌓인 몸속 독이 빠져나가는 느낌입니다. 돼지목살과 막걸리로 오늘의 수고를 위로합니다. ^^
사랑채 복원 첫째날 폭풍우가 몰아친 후 맑고 푸른 하늘이 반겨줍니다. 휴가를 내고 오랫동안 미뤄왔던 사랑채 구들 복원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적벽돌과 시멘트몰탈 한 파레트와 황토몰탈을 준비했습니다. 황토방 구들작업 경험을 믿고 시작했는데 막상 큰사랑채 구들장을 들어내니 대략 난감했습니다. 구조가 넘 복잡하고 구들을 지탱한 고래등이 너무도 정교했습니다. 잠시 망설여지만 조상님들이 물려주신 DNA를 믿고 일을 저질렀습니다. 일하는 동안 할아버지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오늘 일을 마치고 고단한 허리를 흙벽에 기대고 멍때리고 있습니다. 내일을 내일의 해가 뜨겠지요. ^^
재선충으로 고사된 소나무 숲에 조성된 강원 인제군 원대리의 자작나무 숲. 하얀 수피에 검은 상처들은 하늘을 향해 곧게 자라기 위해 스스로 가지를 떨어뜨린 흔적들이다. 마포 임시선별검사소에서 만난 한진희 간호사 백 년의 미소로 행복의 비밀을 전해준 김순택 할머니. 산동네서 연탄배달 봉사하는 인채원 씨와 안경원 씨. 미사가 중단된 명동성당에서 간절히 기도하는 루치아 자매님 연천 당포성으로 휴가나온 민준이네 가족. 꽃처럼 활짝 웃고 싶다는 취준생 함혜민 씨와 김은영 씨 ‘Mr. 남대문 콩글리시’ 남대문시장 노점상 주재만 씨. 희망의 빛’을 찾아 나선 1年 자작나무 숲을 걷습니다. 하얀 나무들이 아침 햇살에 눈 부십니다. 기지개를 켜고 긴 숨을 들이마시자 청량한 기운이 몸속 가득 스..
털신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야 할 마을회관이 굳게 잠겨 있다. 겨울이면 하루도 쉬지 않고 복을 엮던 손길과 발길이 이어지던 곳이다. 한 해 복을 담을 복조리를 만드는 경기 안성시 죽산면 신대마을이다. 남녘에서 부지런한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렸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텅 빈 들에는 메마른 풀들만 남아 있고 인적이 뜸한 마을 골목에는 찬바람이 서성인다. “보기에는 쉬워 보여도 엄청 힘들어요.” 집 안 거실에 잘게 쪼갠 대나무가 한가득 놓여 있고 완성된 조리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그 가운데서 폐현수막을 펼치고 앉아 이간난(70)씨가 홀로 조리를 만들고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삐뚤어지기 때문에 발로 단단히 고정하고 억센 대나무를 바느질하듯 한 코 한 코 엮어야 한다. 복조리를 엮고 있는 주름진 손이 나무껍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