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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공원 돌계단을 오르다 발밑에서 반짝이는 노란 민들레. 보랏빛 제비꽃도 그 옆에서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점심을 마치고 산책하던 직장인들, 혹여 밟을까 발걸음을 주춤하다 이내 미소 짓는다. 그 어느 곳이든 한 줌의 흙을 움켜쥐고 당당하게 피어나 온몸으로 봄을 노래하는 들꽃들. 척박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품었기에 모진 겨울을 견딜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시름하며 회색 겨울이 머물러 있던 우리 마음속에도 희망의 봄이 오고 있다. ■ 촬영노트 모든 생명체는 아무리 열악한 상황에서도 주어진 삶을 포기하는 법이 없다. 각자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최선의 삶을 살고 있다. 길을 가다 콘크리트 바닥의 작은 틈새로부터 빛을 찾아 나오는 노란 민들레를 보면 마음이 환해진다. 길에서 마주하는 들꽃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네 보자..
세상에는 다양한 삶이 있다. 화려한 곳에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스타도 있고 누군가를 대신해 온몸을 날리고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흙먼지를 툴툴 털고 일어서는 삶도 있다. 장마가 소강상태로 접어든 날, 사극 세트장에서 밤샘 촬영 작업을 마치고 문경 단산에 오른 스턴트맨을 만났다. “제 몸속에 저를 지탱해주는 쇠붙이가 7개 있어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싱겁게 웃으며 박근석(47) 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어릴 적 청룽(成龍)이 출연한 영화에 반해 30여 년을 촬영 현장에서 ‘레디∼ 액션’에 몸을 던졌다. ‘괴물’ ‘쉬리’ ‘올드보이’ 등 수백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대역 연기라 주목받지 못했지만 뜨거운 현장의 열기에 늘 행복했다. 몸에 상처가 늘어나면서 진통제로 버티는 날도 많아졌다. 험한 대역..
무심히 지나치면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꽃입니다. 빛바랜 갈색 낙엽 틈에 피어난 파란 꽃이 하도 예뻐서 길을 가다 멈추고 가만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이름을 몰라서 한참을 찾아보니 봄까치꽃(큰개불알풀)이었습니다. 고개를 들면 흐드러진 벚꽃이 분분히 하얀 꽃잎을 날립니다. 진달래, 개나리도 크고 화려한 꽃망울을 터트리며 한바탕 꽃 잔치를 벌이는 계절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 빛깔과 향기로 수줍게 피어나는 풀꽃들이 있기에 이 봄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2003/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