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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구름이 낮게 내려앉았다. 먹구름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맑고 시리다. 예년보다 길게 이어진 장마로 몸과 마음이 눅눅해지던 사람들이 공원으로 나왔다. 부드러운 햇살을 즐기며 느리게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표정은 안 보여도 눈가에 피어나는 미소는 마스크로도 가려지지 않는다. 아내와 호수공원 산책길에 나섰다. 잔잔한 물결이 일면서 호수에 드리워진 구름도 두둥실 떠다닌다. 물과 사랑에 빠진 애수교(愛水橋)에 서니 어른 팔뚝만 한 잉어들이 물 밖으로 입을 내밀며 반갑게 인사한다. 호수교 아래 바람이 상쾌하다.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평상에 자리를 잡았다. ‘바람 어디서 불어오는지’란 노래를 흥얼거리며 다리 밑을 지나니 서쪽으로 기우는 해가 오렌지색을 품고 구름 사이로 황홀한 기운을 내뿜고 있다. “하늘은 참..
- 서울시 종로구 와룡동 창덕궁 후원 오전의 햇살이 뜨겁다. 여름이 부쩍 빨라진 탓인지,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에 도심의 빌딩과 아스팔트가 이글거린다. 인위적인 냉방이 아니고는 이 더위를 어찌할 수 없는 도심의 한가운데. 그런 이곳에 울창한 녹음이 하늘을 가리고 상쾌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는 곳이 있다면 믿어질까. 게다가 고궁의 고풍스러운 멋과 자연을 벗 삼아 즐기던 선조들의 여유까지도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자유 관람이 허용되는 목요일, 창덕궁을 찾았다. 돈화문을 지나 창덕궁에 들어서자 번잡한 도심에서 불과 몇 걸음 만에 타임머신을 타고 수백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하다.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수령 600년 이상의 회화나무가 그렇고, 고궁이 주는 고아함과 한적함이 그러하다. 이곳에서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