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영혼 (3)
빛으로 그린 세상
붉은 저녁노을이 호수에 스며든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하루를 보낸 사람들이 다시 마스크를 쓰고 호숫가를 걷고 있다. 멋진 모자를 쓴 노신사가 검은색 가방에서 황금색이 번쩍이는 악기를 꺼내 조립하더니 석양을 배경으로 연주를 시작한다. 굵직한 중저음의 색소폰 소리가 잔잔한 물결 위로 퍼져 나가며 무심하게 걷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이 악기가 저한테 살아갈 힘을 줘요.” 연주가 끝나고 이근성(63) 씨가 악기를 소중하게 감싸 안는다. 중학교 때 아버지의 카세트에서 나오는 색소폰 소리를 처음 듣고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언젠가는 저 악기를 연주하고 싶다는 열망을 키웠지만 먹고살기 바쁘다 보니 잊고 지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건축업을 하던 그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시름을 잊기 위해 찾은 ..
"새나 벌도 자기 집을 짓는데 왜 사람들은 스스로 집을 못 지을까?" 다소 엉뚱한 생각이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뿐이었다. 오십 줄에 들어서며 권태기가 찾아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요리, 그림등 많은 것을 찾아 헤맸지만 그 갈증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올해가 문화일보 근속 20년. 5일간의 특별휴가가 주어졌다. 오래전부터 히말라야 트래킹을 꿈꿔왔으나 엄청난 지진이 발길을 붙잡았다. 네팔 행을 포기한 후 자료를 찾다가 흙집학교를 알게 됐다. 강한 끌림이 있었다. 어릴 적 흙장난을 좋아했다. 흙집에서 태어나 흙과 함께 놀았다. 흙에는 유년의 추억이 그대로 녹아있다.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스스로 집짓기의 희망을 안고 지난 5월 원주에 있는 흙집학교에 덜컹 등록했다. "인간도 스스로 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