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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아이들이 계단 위까지 뜀박질을 합니다. 먼저 올라간 아이는 신이나 만세를 부르고 뒤따라온 아이는 부지런히 계단을 오릅니다. 그러건 말든 다른 아이는 줄넘기로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합니다. 어른들은 돌계단에 앉아 쉬고 있는데 아이들은 이제야 제 세상을 만난 듯 신이 났습니다. 푹푹 찌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코로나의 기세는 겪일 줄 모릅니다. 숨막히는 일상이 계속되지만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다니는 뭉게구름과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 모습이 지친 마음을 위로해 전해줍니다. ------------------- 배경과 대비되는 실루엣(그림자를 뜻하는 프랑스 용어)사진은 잘 사용하면 시선을 끄는 힘이 있습니다. 빛의 반대편은 다 까맣게 표현되기 때문에 사람의 경우 배경 속에서 더 도드라져 작게 보이는 피사체라도 눈을..
“조심하세요. 어두우니 선글라스를 벗으세요.” 기차가 멈춘 폐철로를 따라 팔당호를 감싸고 돌아가는 한강나루길에 터널을 만났다. 스피커에서 반복적으로 들려오는 기계음에 여유롭던 걸음이 머뭇거려진다. 겨울잠에서 깨어나 서로를 껴안고 봄볕을 즐기던 산과 강이 일순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희미한 점멸등이 그 자리를 대신해 깜박이고 있다. 다시 겨울로 돌아간 듯 공기마저 차고 무겁다. 곡선으로 이어진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아 더 길게 느껴진다. 어둠 속에서는 다가오는 모든 것이 위협적이다. 언제 나타났는지 헬멧으로 무장한 한 무리의 자전거 행렬이 어둠을 가르며 순식간에 사라진다. 온몸이 긴장되고 마음마저 움츠러든다. 하루하루를 불안과 초조함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삶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
왁자지껄 아이들 떠드는 소리로 가득했을 교실이 텅 빈 것처럼 허전하다. 나란히 놓인 책상들이 기약 없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고 창문 밖에서 기웃거리던 개나리, 벚꽃들도 심심해졌는지 햇볕 가림막에 꼭꼭 숨어버렸다.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수업 중인 선생님만 홀로 분주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만든 새 학기 교실 풍경이다. “Hi, what are you doing?” 선생님이 학생들 출석을 부른 후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자 채팅창에 다양한 학생들의 반응이 올라온다. ‘선생님 어떻게 하죠, 전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요.’ 한 학생의 메시지에 서둘러 답장을 보낸다.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 마, 선생님이 잘하게 해줄게….’ 경기 의정부 경민여중에서 1학년 영어를 담당하는 김혜연 선생님은 연달아 채팅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