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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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원형을 찾아서/고향산책

솔향기 그윽한 해송의 고향

빛으로 그린 세상 2017. 7. 18. 16:09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서포리

 

누구나 한번쯤은 섬으로의 여행을 꿈꾼다. 눈부신 백사장, 푸른 파도, 유유히 하늘을 나는 갈매기 떼... 섬은 상상만으로도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 문득 도시의 삶이 막막해 보일 때 한번쯤은 골치 아픈 일상을 툴툴 털어 버리고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안개 낀 섬들 사이를 지나 덕적도로 가는 바닷길은 뻥 뚫린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기분이다. 연안 여객터미널부터 '새우깡'을 쫓아온 갈매기 떼의 공중묘기는 뱃길의 즐거움을 더한다. 바다의 풍광을 담는 동안 언제 떠났나 싶게 어느덧 덕적도 진리 선착장에 도착했다.

″세상 참 좋아졌지유″

″어쩌다 뭍에 한번 나가려면 통통배로 10시간은 넘게 고생했구먼″

선착장 한 켠에서 갓 낚아 올린 우럭 놀래미 등을 팔고 있는 아주머니들이 말한다. 20여년전에 관광지로 지정됐을 당시만 해도 덕적도에 가려면 '죽기 살기'를 각오해야 했다고 한다.생선을 사라고 흥정을 붙이는 아주머니는 생선값이 육지의 반도 안되는데 그나마 자리를 뜨려하자 다시 그 반값을 부른다. 바다 냄새와 함께 사람 냄새도 풀풀나는 정겨운 모습에 절로 미소가 배어온다.

진리 선착장에서 천원짜리 '덕적 농어촌 공영버스'를 타고 고개 하나를 넘자, 울창한 아름드리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학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한 교정에 있는 덕적초중고등학교다. 유치원생 19명, 초등학생 60명, 중학생 36명, 고등학생 13명이 공부하는 이 학교에서 불과 스무 걸음만 떼면 바다다. 그래서 이곳 아이들은 틈만 나면 솔밭을 걷거나 바다로 달려나가 파도에 몸을 던진다고 한다.

″제가 많은 곳을 다녀봤지만 이곳처럼 아름다운 학교는 처음이에요, 아직 사람들이 순박하고 학교 선생님을 어려워해요″

작년에 이곳으로 부임했다는 김동일 교감선생님의 말이다. 가족과 헤어져 홀로 지내야하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교감선생님의 표정이 아이들만큼이나 행복해 보인다.

 

사람이 살고 있는 8개의 유인도와 33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덕적도는 원래 '큰물섬'이라는 우리말을 한자로 쓴 것으로, 수심이 깊은 바다에 있는 섬이란 뜻이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간직한 덕적도에서도 서포리는 단연 으뜸이다. 유난히 길고 아름다운 모래사장과 아름드리 소나무가 해안을 그림처럼 감싸안고 있기 때문이다.

서포리에 들어서면 붉은 기둥이 모래밭에 꽂힌 듯 서있는 소나무들이 먼저 반긴다. 족히 2백년 풍상을 견뎠을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적당히 휘어지고 뻗은 것이 그 자태가 예사롭지 않다. 바닷가 마을이지만 갯비린내 보다 솔 향기가 먼저 몸 속 가득 퍼진다. 솔내음을 털어내고 서포리 모래사장에 들어서면 보르르 흘러내리는 곱고 깨끗한 모래밭이 장장 2km나 뻗어있다. 물이 빠져도 뻘이 생기지 않는 모래밭이 500m 가량 완만하게 바다로 흘러들었다. 이런 이유로 서포리 해수욕장은 1997년 일찌감치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어 개발됐다.

″아유, 휴가철엔 말도 못해유. 사람들이 어찌나 몰려드는지...″

자욱한 안개를 걷어내며 출항할 준비를 서두르는 서포리 토박이 장석걸(54)씨의 말이다. 여름 한철 넘쳐나는 쓰레기로 마을이 몸살을 앓지만 주민들이 소나무숲과 해변을 보호하기 위하여 애쓰고 있다고 한다. 3 톤짜리 채낚기 어선 선장인 장씨는 조타실에서 고개를 내밀며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며 구수하게 말을 잇는다.

 

″옛날 이맘때면 해당화가 무척 많이 피었어유″

장씨의 말처럼 이곳은 서해에서 몇 안되는 해당화 군락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해수욕장 군데 군데서 그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다. 

″이곳이 망가지면 우덜도 살 수 없잖아유″

서포리 앞바다를 손금 보듯이 들여다본다는 장씨는 자욱한 안개로 한치 앞도 안보이는 바다를 향해 이내 뱃머리를 돌린다. 바닷가 모래밭에는 해당화 한 송이가 이슬을 머금고 수줍게 피어올라 멀어져 가는 배를 배웅하고 있다.<2003.7>

<찾아가는 길>
인천 연안부두에서 덕적도까지 괘속선으로 50분 걸린다. (주)원광해운(032-884-3391)이 평일 오전 9시 30분과 오후 3시, 주말은 오전 9시 30분, 오후 1시간 30분과 4시 등 3회 출발한다. 안산시 대부동 방아머리 선착장에서는 (주)대부해우(032-886-7813)에서 운영하는 카페리호가 오전 9시 30분과 오후 2시에 출발한다. 자세한 안내는 서포리 장석걸(032-832-2198)씨에게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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