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세상

철새의 힘찬 날갯짓이 있는 자연의 강 본문

자료실/그린웨이

철새의 힘찬 날갯짓이 있는 자연의 강

빛으로 그린 세상 2017. 6. 24. 14:24

- 강서구 개화동 강서습지 생태공원

겨울 들판은 황량하다. 지난 가을을 아름답게 수놓았을 개망초며 쑥부쟁이들은 앙상하게 마른 꽃대만 남아있고, 빈 들판에도 물이 줄어있는 저습지와 갈대숲에도 겨울의 쓸쓸함만 맴돈다. 하지만 한강변으로 가까이 갈수록 생명의 기운이 꿈틀거린다. 이곳에는 겨울이면 찾아드는 철새들의 힘찬 날갯짓이 있기 때문이다. 겨울의 황량함이 일시에 생동감으로 바뀌는 곳, 도심 한가운데서 수백 마리의 철새를 만날 수 있는 강서습지생태공원이다.

 

 

신년의 이른 새벽, 겨울 철새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집을 나선지 불과 30분 만에 비행기 모양의 방화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차에서 내리자 매서운 강바람이 먼저 얼굴을 스친다. 한강 둔치하면 으레 콘크리트 제방과 자전거도로 그리고 매점과 유람선 등이 떠오르지만 이곳의 첫 느낌은 주차장과 간이화장실 외에는 인공시설물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드넓은 갈대밭과 벌거벗은 버드나무 숲은 흡사 어느 시골의 겨울 들판에 서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강서습지생태공원은 여름이면 홍수로 범람하던 한강 하류의 비옥한 땅으로, 토사가 쌓이고 습지가 형성되면서 버드나무숲과 초지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고, 하천변 저습지에는 습지식물이 군락을 이루는 등 독특한 습지생태계가 꾸려져 왔다. 그 중 생태공원으로 조성된 구역은 방화대교 동쪽의 4만2천여 평으로 2002년에 개장되었다. 이곳이 생태공원이라는 특정한 용도로 지정되었기 때문일까. 한강 개발 이전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이곳은 한강의 또 다른 얼굴이기도 하다.

 

나무로 된 관찰데크를 따라 한 무리의 아이들이 뛰어다닌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분주한 움직임으로 고요하던 공원에 활기가 넘친다. 울긋불긋한 옷을 입은 아이들은 메마르고 칙칙한 겨울 풍경에서 화려한 꽃으로 피어나는 듯하다. 아이들이 이토록 자연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건 바로 자연 한가운데에 있을 때가 아닐까. 강변 쪽으로 난 울타리와 철새조망대도 자연을 닮아 있었다.

 

철새조망대는 나무울타리 중간에 구멍을 내어 새들을 방해하지 않고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키 낮은 구멍과 바닥에 놓여있는 작은 나무 받침에서 어린아이를 배려한 따뜻한 마음이 묻어난다.

 

관찰로를 따라 한강변 가까이 가면, 한강 수면에 작은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물 위로, 강변위로 수없이 많은 검은 점들이 고물고물 움직이고 있다. 겨울 철새들이다. 조류전망대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고방오리, 쇠오리 같은 겨울 철새들이 강변에 앉아있기도 하고, 물 위를 헤엄치며 먹이를 잡느라 물속으로 머리를 처박기도 하고, 더러는 일제히 하늘을 날아오르기도 한다. 강 이쪽에는 수백 마리의 철새들이 빼곡히 들어서있고 강 건너에는 자동차들과 빌딩이 즐비하게 늘어서있는 풍경이 이색적이다.

 

새들이 강변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관찰로를 따라 나오는 길 내내 무수히 많은 참새 떼들이 높다란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가 다시 무리를 지어 재빠르게 땅에 내려앉기도 하고 다시 다른 나무에 앉기도 한다. 그 수가 하도 많아 새들이 나뭇가지에 떼 지어 앉아있을 때에는 마치 나무가 나뭇잎들을 달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마른 대궁에 앉아 있던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카메라에 빨려 들어온다.

 

하늘 높이에는 황조롱이가 커다란 날개를 펴며 날아간다. 모든 생명이 깊은 잠에 빠진 듯 고요해보였던 공원에는 새들의 힘찬 비상과 부지런한 몸짓들이 가득하다.

 

나뭇잎을 모두 떨어뜨린 벌거벗은 버드나무가 줄지어 늘어선 겨울의 버드나무숲은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추운 겨울 이 숲속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얼마 전 뉴스에서 강서습지생태공원에 보금자리를 튼 고라니가족을 본 기억이 난다. 차들이 내달리는 올림픽도로와 방화대교, 행주대교로 둘러싸이고 산책하는 시민들이 모여드는 이곳에 고라니 가족과 너구리 삵 등이 살고 있다니 직접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는데, 눈 오는 날이면 습지 공원 어딘가에서 콕콕 발자국을 찍으며 돌아다닐 고라니 모습을 상상이 간다. 

 

한강물이 흘러 들어오는 구불구불한 물길 앞에서 멈추어 선다. 물길을 따라 흘러들어온 한강물은 이렇게 땅을 촉촉하게 적시며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었고 그 땅에 온갖 습지식물과 곤충과 물고기, 그리고 새들이 깃들어 살고 있는 것이다.

 

온갖 레저와 스포츠시설이 자리 잡은 한강에서 한강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 자연 그대로의 품으로 무한한 생명력을 잉태하고 있는 이곳이 도시 한가운데에서 인간과 자연의 친구들이 더불어 살 수 있는 영원한 삶의 둥지임을 실감한다. 새해 아침, 철새들의 힘찬 날갯짓을 보며 잔뜩 움츠렸던 어깨를 펴본다.

 

찾아가는 길
강서습지생태공원을 가려면 올림픽대로 공항방향으로 가다가 방화대교 진입로를 이용한다. 지하철로 가려면 5호선 방화역 2번 출구로 나와 6번 마을버스를 탄다.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려면 강서습지생태공원 관리사무소(02-3780-0621)에 문의하거나 한강사업본부 홈페이지( http://hangang.seoul.go.kr)를 방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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