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세상
연초(煙草)무는 시간 본문
연초(煙草)무는 시간/이진명
지금 여기 연초 무는 시간
한여름 오지의 촌로
대궐문처럼 열어 논 대문 그 안켠
짙디짙은 그늘 속에서
연초를 물고
오직 듣는다
지워진 귀로
지워진 귀로
끓어오르는 햇빛의 대답 짙디짙은 그늘을
짙디짙은 그늘의 대답 끓어오르는 햇빛을
그러나 같이 듣는다
한손이 올려짚은 깡깡한 지팡이와
두발 살금 빼 디딘 검정고무신과
대문 밖 고추밭 속 고추의 새빨간 눈 몇은
뮛도 모른 채
촌로의 손가락새로 피어오르는 연초연기를
맵도록 맵도록 잡고 있다
잡을 수 없는 그 한 생의 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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