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세상
삿대 저어가네 본문
삿대 저어가네/정끝별
눈먼 나뭇가지 꺾어 저어가네
가지가 물에 잠기면
물살을 가지고 노는 배의 몸
잠기면 나아가고
나아가며 들어올려 미끄러지듯 길을 열고
봄의 배가 힘겹게 몸 가누는 동안
간신히 뻗어 강의 마음을 받쳐드는 저 삿대의 손
봄의 배가 힘겹게 제 몸 견디는 동안
묵은 강의 바닥을 어루만지는 저 삿대의 마음
구르는 강바람에 살끝이 닳아버린 안개는
눈물 자욱 깊은 강기슭에서 웅크려 떨다
강 건너 청미래 덩굴숲을 눈멀게 하고
세월아 네월아 오뉴월을 건너는 눈먼 배야
강 건너 푸른 방 한 칸을 향해 저어가니?
삿대 저어 나를 저어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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