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세상
나무의 힘 본문
나무의 힘/천양희
산이 불탄 끝에 어두워진다
재의 바람이 낮게
산을 쓸며 지나간다
바람맞을 나무는 이제 없다
품속같은 숲 사라지고
새소리 어느덧 사라지고
구불텅한 언덕 사라지고
죽음보다 더 슬픈 시간이 갔다
까맣게 속 탄 나무들 가지들
남은 무엇이 있어서
무어라 무어라 말할듯도 하다
가지 한자락에도
산은 저토록 그리움으로
속이 탔다는 것인가
어린 꽃잎 하나
불쑥 내밀고 있다
苦生도 저렇게 눈부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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