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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서울에서 멕시코시티 까지 15시간의 비행. 태평양 상공에서 맞이한 황홀한 일몰로 잠시 세상의 모든 근심걱정을 잊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모든 일정을 마치고 잠시 짬을 내어 수도인 타쉬켄트 시내를 걸어다녔습니다. 없는 곳에 사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이곳 사람들도 따뜻한 미소로 이방인을 반겨주었습니다. (생활수준 우리나라 70년대) 한국에 대한 관심은 88년 올림픽때부터 알려지기 사작하여 90년대 중반 한국에 다녀온 산업연수생이 귀국하면서 한국에 대한 상품에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최근에는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류열풍이 불고 한국남자-우즈벡 여자 간 국제결혼이 증가하고 있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타쉬켄트 시내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빛으로 담아봤습니다. 특히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눈먼 아버지를 모시고 공원에 나온 부녀간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2005.5.11
성남을 이륙한 특별기는 9시간 30분간의 긴 여정끝에 모스크바 브노코바 공항에 안착했습니다. 졸다 깨다 비몽사몽간에 창밖을 보니 고비사막을 상공을 지나고 있더군요. 러시아 이루츠크츠 상공을 지 날때 설산도 장관이었습니다. 새삼 러시아의 광활함에 놀랐습니다. 2005-05-09
산책하다 힘들면 벤치에 앉아 그저 주변을 바라보는 거다. 어느 순간 느긋하게 바라보던 풍광이 내마음속에 들어온다. 그 순간 내마음과 풍광이 하나가 된다.
집 베란다에서 호수로를 바라보며 찍은 사진들이다. 특별히 계획을 세워 찍은 것은 아니고 그저 호수로 풍광을 바라보다 마음이 갈 때 마다 한 컷씩 찍은 것을 모으니 ‘호수로 4계’란 작품이 나왔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대상을 시간의 간격을 두고 촬영하는 것을 정점(定點)촬영이라고 한다. 테크닉에 구애 받을 필요가 없다. 그저 마음가는 대상을 접할 때 마다 한컷 두컷 누르다 보면 어느새 퍼즐을 맞추듯 훌륭한 그림이 그려진다. 사람의 성장을 찍은 다큐멘터리도 넓은 의미에서 정점 촬영이라고 볼 수 있다.
참 신기 했다. 아빠와 얼굴을 맞대고 지긋하게 인생에 대해 상담한 것도 아니었고, 훈계를 들은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서로 좋아하는 산책과 자연, 그리고 사진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고 무작정 나가서 같은 곳에서 같은 것을 같이 바라보며 사진을 찍은 것이 전부였다. 아빠가 말했던 “사진은 마음을 담는 것”이라는 말처럼 아빠와 사진을 찍으면서 마음이 통한 것이었을까? 처음에는 별 다른 일 없으면 정적만 흘렀던 산책길이 이제는 아빠에게 숨길 것 없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털어 놓느라 시끄러운 산책길이 되었고, 아빠도 사진을 알려주며 아빠 이야기를 서슴없이 해주셨다. 똑같은 풍경을 찍은 것임에도 전혀 다른 사진이 나오는 것을 보며 단순히 카메라 성능 차이 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아빠와 나와의 가치관, 하고..
초롱초롱한 두 눈이 한 곳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다. 얼굴과 몸짓이 닮은 아빠와 아들이다. 잠시 뒤 귀에 익숙한 “땡”하는 전자레인지 벨소리가 정막을 깨트림과 동시에 두 사람은 너무도 행복한 표정으로 “자, 먹자”라며 같은 동작으로 신나게 합창을 한다. 요즘 인기 있는 개그프로그램의 한 장면이다. 뚱보 아빠와 아들이 먹을 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웃음이 빵 터진다. 다른 것은 몰라도 두 사람은 적어도 먹을 것에 대해 상대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한 마디로 소통이 되고 있다. 내겐 아들이 셋 있다. 큰 아이는 대학교 2학년. 가끔 맥주나 한잔 하자고 해야 얼굴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바쁘다. 아빠와 함께 산책도 하고 놀이도 하던 막내아들도 봄날 지나가듯 훌쩍 커버려 어느새 중학생이 되었다. 질풍..
온 세상이 하얗게 눈으로 덮혔다. 밤새 내린 눈이 모든 걸 뒤 덮었다. 베란다로 내다 본 세상은 멀리 보이는 지평선을 경계로 하늘색과 하얀색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니 잠시동안 입시로 바쁘고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차분해 지는 듯 했고, 한동안 책상에만 놓여있던 카메라를 꺼내들고 아빠를 깨웠다. 아빠와 함께 하는 올해 마지막 사진 산책을 나섰다.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 이른 아침 산책길은 온통 눈으로 덮여있었고, 내가 내 딛는 한발, 한발이 연신 발자국을 만들어 냈다. 주변을 둘러보면 세상은 온통 눈으로 덮혀 있었다. 늘상 보던 눈, 늘상 보던 광경들이였지만, 이렇게 일찍 나와서 밤새 내린 눈이 모든 것을 덮은 광경을 본 것은 처음이였고, 신비로웠다. 그리고 그 신비한 모습들을 사진으로 더 ..
-하늘은 넓었다. 드디어 수시 합격자 발표 시간이 다가왔다. 가슴조리며 컴퓨터를 켰지만 선뜻 열어볼 수 가 없었다. 잠시 후 병원에서 공익근무를 하는 형에게서 문자가 왔다. “ ㅠㅠ”. 형도 기대가 되었는지, 먼저 결과를 확인하고 내게 통보를 해주었다. 믿기지 않아서 나는 결과를 확인하지 않고 교무실로 찾아갔다. 선생님들은 모두 모여서 나에게 웃으시며 “더 좋은데 가야지~” 라고 달래주셨다. 나는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았지만 기대가 컸기에 그에 따른 실망도 컸다. 납득할 수 없는, 외면해버리고 싶은 현실이 나를 괴롭혔다.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엄마에게 전화를 해 엄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마침 하늘에서 비가 주륵주륵 내렸다. 나는 도저히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 귀에 이어폰을 꼽고 자전거를 ..
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우면 어김없이 아기가 우는 소리가 들린다.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애타게 엄마를 찾는 그치지 않는 울음소리에 내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온다. 장정 4명이나 있는 우리 집에 왠 아기 울음소리? 혹시 늦둥이? 애석하게도 계속 들려온 우는 소리는 다름 아닌 길냥이들이 밖에서 내는 소리였다. 길냥이는 길거리의 ‘길’과 고양이의 애칭인 ‘냥이’가 합쳐진 합성어이다. 하지만 그 귀여운 억양과는 반대로, ‘길냥이’는 아주 가슴 아픈 뜻이 있는 단어이다. 집에서 길러지다가 이사, 정리 등의 이유로 밖에 버려진 고양이들을 길냥이라고 부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어에서는 모든 동물을 ‘he’나 ‘she’가 아닌 ‘it’으로 표현을 한다. 이는 물건을 지칭하는 대명사이기도 하다. 기르던 고양이를 불쌍한 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