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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세상
아지랑이 봄기운에 산으로 달려가면 제일 먼저 봄소식을 전해주려 언 땅 비집고 나온 가냘픈 몸매. 아직 찬바람에 솜털 휘날리며 몸을 떨지만 나는야 그래도 꿋꿋한 봄의 전령 노루귀. -노루귀는 얼었던 땅이 녹기가 무섭게 연하디 연한 꽃자루를 내보낸다. 노루귀라는 정다운 이름은 잎 모양이 노루의 귀와 닮았다 하여 붙여졌다
매미 소리가 요란하다. 뜨거운 한낮의 햇살이 서서히 베란다에 들어온다. 물풀과 다슬기 두어 마리 그리고 금붕어 한 마리가 살고 있는 항아리에도 햇살이 쏟아진다. 그늘 한 구석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금붕어는 간간이 가슴지느러미만 살랑거릴 뿐, 한가롭게 헤엄을 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물고기는 그 안에서 잠을 자는 듯 꿈을 꾸는 듯 하다. 이 금붕어는 어린이날 선착순으로 받은 무료 사은품이었다. 동네 대형 할인판매점에서 ‘어린이들에게 금붕어 세 마리를 무료로 나누어 준다’는 방송이 나가자 우리 아이들은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었다. 순간 망설였다.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우리 집에 살아 들어왔다가 죽어나갔던가. 앵무새, 금화조, 장수풍뎅이, 물고기 등등, 아파트 화단 후미진 곳에 아예 지정 묘지가 있..
봄꽃들이 한바탕 잔치를 끝내고 떠난 빈 자리에 수줍은 듯 고개를 들지 못하고 땅만 쳐다보고 피어난 때죽나무 꽃. 비가 내린 후 옛 처녀처럼 수줍음 많은 이 꽃이 보고싶어 다시 찾았더니 대지에 소복이 별처럼 내려앉았다.
태풍이 지나간 후 코끝을 스치는 상쾌한 바람을 타고 청명한 하늘이 펼쳐집니다. 시골집 마당 한겻에 나무작대기로 매달아 논 빨랫줄에 빨갛게 익은 잠자리들이 눅눅해진 날개를 말리고 있습니다. 더 높은 비행을 꿈꾸며 잠시 쉬어가는 잠자리들을 보면서 슬그머니 내 젖은 마음도 빨랫줄에 널어봅니다.
이제 오려나 저제 오려나 하여없이 동구밖을 바라보는 어머니 바람이 찹니다. 들어가 게세요. 일 마치고 곧 달려갈께요...
하루 종일 비 내리던 날, 옷 젖지 않으려 바삐 가다가 문득 눈길을 붙잡는 풍경. 주르르 미끄럼 타고 내려와 풀대위에 알알이 맺힌 보석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들여다보는 이 순간, 내 마음은 세상에서 제일 부자.
나무도 있고, 사람도 왔다갔다. 새도 있고 자동차도 왔다갔다. 오늘도 우리집 냥이 달리는 물그러미 베란다 밖 세상을 보고 있다.
그리움이 컸던 만큼 내리는 비가 반갑습니다. 들녘 스케치를 마치고 바삐 회사로 돌아오던 길, 금계국 꽃대에 데롱데롱 매달린 물방울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들여다보니 풀잎마다 주렁주렁 꽃보석을 품고 있습니다. 그리움이 컸던 만큼 한방울 한방울 보석처럼 소중하고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존재를 이루고 있는 에너지에 따라 살아간다. 태양으로 얻는 빛에너지는 모든 에너지의 으뜸이다. 삶의 무게로 지치고 힘들때 자연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에너지로 충전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