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세상
주말 내내 작은 사랑방 서까래 샌딩 작업을 마쳤습니다. 시원한 날씨덕에 방진복을 입고 작업을 해도 별로 지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베토벤 형님이 응원의 합창을 보냈습니다. 왜 고생을 사서 하는 지 혼자 되묻습니다. 글쎄요... 작업을 하는 동안 이곳까지 쫒아온 잡념들이 하나 둘 사라집니다. 서까래의 묵은 때가 벗겨질 때 마음의 때도 벗겨집니다. 이제는 삶을 옥죄이던 헛것들을 덜어내고 조금 더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기를 때 좀처럼 보기 힘든 ‘호야’ 꽃이 시골집 마당에서 아름답게 피웠습니다. 삼신할미가 60년 만에 깨어나 미소 지을 것 같습니다. ^^
삼복더위에 맞은 휴가, 에어컨과 TV를 벗 삼아 하루 종일 집콕이다. ‘우당탕탕’ 요란한 빗소리가 베란다 창을 두드린다. 커튼을 젖히고 베란다 밖을 내다보니 먹구름을 몰고 다니던 하늘이 요란하게 소낙비를 토해낸다. 무더위 속에 목말라하던 가로수들이 싱그럽다. ‘왈왈’ 어디서 나타났는지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 먹구름 사이를 헤치고 하늘 위를 뛰어 다니며 라이브 공연을 펼친다. 물가는 치솟고 살림살이는 갈수록 팍팍해지고... 먹구름 몰려오듯 피어나던 근심걱정들이 강아지 닮은 구름 재롱에 슬며시 꼬리를 감춘다. 여름이 준 선물에 어느덧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자연은 이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볼거리를 날마다 제공해준다. 태풍이 오가는 여름 하늘은 어느 계절보다 변화무쌍하다. 가끔 하늘멍(하늘을 바라보며 멍때림..
EBS ‘건축탐구 집’이란 프로를 즐겨봅니다. 하동에서 유럽식 스타일로 집을 꾸미고 사는 분이 출연하셨는데 바로 필이 꽂혀 휴가를 내고 시골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땅을 다지고 현무암 판석 한파렛트를 사서 증조모께서 쓰시던 맷돌을 응용하여 흙집 옆에 ‘돌꽃’을 만들어 봤습니다. 처음에는 엉뚱한 짓 한다고 하시던 마을 분들도 꽃처럼 피어난 돌 작품을 보더니 ‘멋지다’고 하십니다. 삼복더위에 땀 서 말 흘린 보람이 있습니다. ^^ 22.6.22
공원 산책길에서 자작나무 옹이와 눈이 마주쳤다. 마치 내 마음까지 들여다보는 듯 선명한 눈빛이다. “너 많이 힘들구나.” 상한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았다. 열대야로 잠을 설치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괜히 집고양이에게 화풀이를 하고 나선 길이었다. “응 지금 좀 힘드네.” 주절주절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말을 하자 자작나무 눈이 반짝였다. “이 상처는 내가 아팠던 흔적이야” “하지만 지금은 내 몸의 상처가 세상을 보는 눈이 되었어.” 돌처럼 단단해진 옹이를 어루만져주자 자작나무도 축 처진 내 어께를 다독인다. “힘내” 마음이 통하면 모든 것이 통하나 보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수국, 수련, 원추리… 서울역 고가공원에 여름 꽃들이 활짝 피었다. 하늘에는 비를 잔뜩 머금은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다니고 땅에는 장난감 같은 차량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고가공원에서 제일 높은 수국전망대에 오르자 소담스러운 수국들이 활짝 웃으며 반긴다. 토양성분으로 색이 변하는 수국들이 발밑을 오가는 버스들처럼 붉고 파랗게 물들어 가고 있다. 후두두둑 빗방울이 떨어지자 고가공원 여름 꽃들이 기지개를 활짝 켜고 생기를 되찾는다. 도로에서 공원으로 변신하여 다섯 번째 여름을 맞이하는 서울역 고가공원에 여름이 익어가고 있다. ■촬영노트 ‘서울로 7017’은 서울역을 중심으로 동서부를 이어주는 고가도로였으나 안전등급d를 받고 철거 위기에 놓였다. 여러 논의 끝에 철거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다니는 공중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