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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움에 더욱 아름다운 필리핀

빛으로 그린 세상 2017. 7. 6. 15:53

 

일본과 더불어 ‘아시아의 양대(兩大) 선진국’으로 꼽히던 필리핀은 60년대 한국이 따라잡아야 할 경쟁상대였다. 하지만 이번 필리핀 사태로 다시 살펴본 필리핀의 속살은 곯아 터질때로 곯은 모습이었다. 한 달 소득이 23달러(약 2만2000원)가 안 되는 극빈층이 총인구(8500만명)의 35%에 달하고 있다.

1986년 피플파워를 통해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이루었지만, 이는 전통적 엘리트들의 전면 복귀를 낳는 계기가 됐을 뿐 거리를 행진하던 민중들의 목소리는 이후 수립된 민주주의 정권에서 담아내지 못했다. 빈부의 격차는 더욱 커졌고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빈곤층은 더욱 확대됐다.

수도인 마닐라 시내 곳곳에 고무신도 못 신은 어린이들이 외국인을 보는 순간 손바닥을 벌리며 돈을 달라고 쫓아왔고 다른 한편에선 한 가족으로 보이는 서너명이 모든 것을 체념한 듯,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 널빤지를 깐 채 누워 잠자고 있었다.

동냥을 하는 한 미혼모는 “하루 종일 껌과 개비 담배를 팔아 입에 풀칠을 하지만 하루 수입이 30페소(약 1200원)도 안 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직도 많은 필리핀 국민들이 오히려 마르코스 독재시절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것을 보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우리의 민주주의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오늘도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배회하는 필리핀 국민들이 꿈꾸는 진정한 민주주의 혁명이 하루 빨리 완성되기를 기원해 보면서 2005년 12월에 찾은 마닐라의 모습을 빛으로 그려본다.

                                                                                                                                           200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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